실제 규제 대상인 대형마트 등을 둘러보면 일회용 비닐봉지는 자취를 감춰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지만, 속비닐 사용이 제한된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플라스틱 용기로 바뀐 것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비닐사용을 줄이니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난 꼴이다. 이중 포장이 금지된 축·수산 제품은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미리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대형 유통업계의 이러한 꼼수는 소비자들의 편리를 위한다지만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즉,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속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데 반해 업계에서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집에서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를 처리해야 하는 불편만 늘었다고 비난이다.
환경문제로 촉발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금지 정책이 본격적인 시행 20여 일이 지났지만, 관련 업계가 꼼수로 위장한다면 안 될 일이다. 그것도 소비자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법망을 피하는 것은 결국 고스란히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단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속비닐 사용이 금지되자 자체적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지라도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 당국은 규제 이후 오히려 낱개 포장 제품이 늘었다는 소비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속비닐은 안되고 플라스틱은 된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환경오염 줄이기 정책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우리 국민은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면 사소한 불편쯤은 확실히 감수할 수 있다. 자발적인 플라스틱·스티로폼 용기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법 정비를 통해 제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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