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 |
하노이 미·북 회담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주요 정책수단은 오직 제제 압박뿐이라는 공감대로 하나가 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댄 코츠 美국가정보국(DNI) 국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북제재의 궤도를 한국이 이탈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날릴 정도다.
이처럼 대북접근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춘 대북접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의 두 가지 노력을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동맹국 미국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으면, 폼페이오 美국무장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거짓말쟁이(liar)라고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美의회가 한국이 비핵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하겠는가? 그리고 북한의 해상 불법 환적을 단속하기 위해 미국의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을 한반도 근해에 배치하는 결정을 내렸겠는가? 더 나아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과 정제유를 거래한 정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맹국인 한국 선박 1척을 불법 리스트에 올렸겠는가? 이는 미국이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한국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이 먼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버린 것이다. 미국이 국내은행 1~2개만 제재해도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춘 대북접근을 해야 미국의 신뢰도 다시 얻게 되고, 그래야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중재자의 역할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철저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하거나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수상함/잠수함, 항공력에 의한 확장억제는 충분히 가능하다. 칸트식 남북관계는 과거처럼 홉스식 질서의 법칙을 쫓는 미국 파워(power)의 보호막 아래에서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은 이성적 논리는 통하지 않지만, 힘의 논리에는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이들이 이해하는 단어는 오직 '군사적 언어' 밖에 없다. 따라서 사드 배치를 비롯한 美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대단히 유용한 협상의 도구인 것이다. 확장억제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경북 상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기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리 주체, 한미연합사 이전, 연합사 전시지휘통제소 '탱고'(Command Post Tango) 운용비 분담, 방위비분담금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마찰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도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는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그런데 이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