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지검에 따르면, 특수범죄조사부는 충남 공주 삼영기계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술을 탈취당했다며 경찰에 고발한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삼영기계는 거래처였던 현대중공업에 선박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인 피스톤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공정에 대한 제조기술 관련 문서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8월부터 2016년까지 현대중공업이 피스톤 생산의 모든 공정에 대한 제조 기술 관련 문서를 요구했고, 대기업의 요청에 관련 기술을 넘겼다는 게 삼영기계 측의 주장이다.
삼영기계 관계자는 "자료를 넘긴 뒤부터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 피스톤 납품량을 줄였고, 지난해 거래까지 중단시켰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부산지법에서는 삼영기계가 되려 피고인 입장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반박한다.
2016년 당시 현대중공업의 ‘힘센 엔진’이 짝퉁으로 국내외에 나돌기 시작했는데, 협력업체인 삼영기계가 설계도면을 유출했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설계도면 유출로 엔진의 핵심 부품인 실린더 헤드와 금형, 모조품 등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가 설계도면을 통해 완제품과 부속품 1900여 개 등 32억원 상당을 현대중공업에 납품하지 않고 상호를 몰래 바꿔 판매하기도 했다고 맞받아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삼영기계가 아닌 현대중공업의 기술로,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도면에 따라 부품을 제작해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스톤 등 엔진부품은 개별 부품 단위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부품들과의 조립, 구동, 성능, 내구성 등 복잡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엔진 전체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설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삼영기계 측은 "삼영기계가 도면을 유출해 짝퉁을 만들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영기계가 고객들로부터 청취한 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GT모델 제품을 갖고 현대중공업이 자신들의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재차 받아쳤다.
또 "현대중공업 주장은 대전지검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한 작전이고, 부산과 대전 건은 별개"라며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규명될 것"이라고 했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전지검의 수사 속도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경찰청이 유죄 의견으로 송치한 상황에서, 대전지검이 삼영기계를 기소한 부산지검과 다르게 판단할지가 핵심이다. 부산지법의 1심 선고 결과 역시 대전지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전문가적 의견이 필요해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수사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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