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 |
소설 같은 무용담이지만 근래의 응급실 및 병원의 현실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지난 해 12월 31일 정신과 환자를 진료하던 강북삼성병원 임세원교수는 환자가 가지고 온 칼날에 무참하게 살해되어 수술도중 사망했다. 종합병원 내에서 심한 좌상으로 흉복부 출혈이 발생했고, 가능한 빨리 심폐소생술과 응급수술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치료가 전혀 소용이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무수히 받았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말 故 임세원 교수 사망 건까지 환자에 의한 의료진 피살은 확인된 사안만 총 4건이다. 비뇨기과 2명 등이 칼에 찔려서 사망했고, 이런 부상을 당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비슷한 경험이 병원 진료실이나 응급실 외에서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일어난다. 대로변 인도에서 컷터 칼을 가지고 싸움을 하고, 칼을 들고 난동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관까지 살해하는 일도 있다. 경찰관 피습부상 과거 5년 동안 2,517 건, 피습사망은 3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2017년 살인범죄는 858건, 강도는 990건, 성폭력은 32,824건, 폭행/상해는 215,717건 등이 발생하였다.
독자 여러분이 칼과 같은 흉기에 살인이나 폭행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고, 과연 그 방법으로 나와 내 가족, 동료의 생명과 신체를 지킬 수 있을까?
다시 2018년 12월 31일 오후 5시 경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외래로 돌아가 보자. 1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환자가 칼을 들고 진료하는 의사를 해치려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뒤에 남는 상황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바로 도망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병원 내 경비인력을 호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경비인력이 달려오더라도 최소 5분에서 10분이 걸리고 설사 더 빨리 온다고 하더라도, 청원경찰이나 경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분사기와 방검복 무장이 전부여서 무협영화에서처럼 무술을 진압을 하거나 의료진 대신 칼에 찔리는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도 관련법상 총기무장을 할 수 있는 청원경찰이 상주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의료기관에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은 112 신고로 경찰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이는 응급 상황에서 병원까지 도착 시간과 대부분의 경찰관이 거의 무기 없는 상태로 출동하는 것으로 고려하면, 이는 가장 비효과적인 방법이다. 현실에서도 출동한 경찰관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고 임세원교수는 피하는 과정에서 직원들 대피를 걱정하여 주춤하는 사이에 무참하게 칼에 찔려서 사망했다. 결론은 칼을 들고 나와 가족을 살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다. 여차하면 도망가거나 내가 항상 방검복과 칼, 가스총 등으로 무장하는 수 밖에 없다.
민간이 총기를 자유로이 소지하지 않는 나라에서 경찰관이, 의사가 칼에 찔려서 사망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칼을 든 폭력배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이 맨손에 가까운 무장으로 이들을 막아야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국민의 생명과 국가 이익을 외국의 무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대가 있고,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경찰이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인 치안 상황이다.
제네바 협약에 의하면 전쟁 중 적군이라도 의무병, 군의관 등은 공격해선 안된다. 군의관은 호신용 무기 외의 어떠한 살상 무기를 소지할 수 없으며, 자신이 지닌 무기는 적이 자신과 자신이 보호해야 할 환자를 공격하려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전쟁 중에도 병원은 가장 안전이 보장되고, 적군도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반사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병원은 가장 안전한, 아기의 보람 같은 곳이어야 함에도 병원 속의 의사가 생명 위협을 느끼거나, 스스로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회와 나라는 패전 직전 상황과 다름 없다.
고 임세원 교수님의 명복을 빌면서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경찰 자신의 생명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조강희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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