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과 충청대망론. 현 시점에서 지역 정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정치 사안이다.
선거와 정치적 이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론이 선거에 적용되고, 현실화되기에 그렇다. 하지만 2년 뒤 총선과 대망론은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꺼져가는 대망론을 다시 점화시킬 적기이자, 차기 주자를 가늠해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결집과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도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지역 정가 인사는 "21대 총선에서 대망론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높아진 충청권 위상과 함께 지역 정가의 영향력을 높이는 기회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충청권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충청권 국회의원 의석은 모두 27석. 지역별론 각각 대전 7석, 세종 1석, 충남 11석, 충북 8석이다.
선거구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나, 지난 20대 총선에서 변경된 지역구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선거구 변동 폭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구 증가 폭을 고려할 때 대전·충남·충북은 현 의석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세종은 인구 증가 폭이 큰 만큼 선거구 1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선거제 개편이란 변수가 남아있다. 정치권은 큰 틀에서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지만 각론에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선거제 개편이 개헌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와 상관없이 지역 조직과 출마 예상자들은 이미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우위를 점한 상태다. 선거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지원은 큰 도움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러한 우위를 바탕으로 '푸른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열세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지역별론 양 당이 비슷한 의석 분포를 보이고 있다.
대전은 민주당이 4석, 한국당이 3석을, 충남은 민주당이 6석, 한국당이 5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충북은 양 당이 4석씩을 차지해 경합을 보이며, 세종엔 민주당 깃발이 꽂혀있다.
4개 지역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단연 세종이다. 터줏대감인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더욱 많아지면서다.
기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에 더해 중앙 인사들의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세종 지역구 입성을 목표로 한 출마 예상자들의 물밑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전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서구·유성구(더불어민주당) 대 동구·중구·대덕구(자유한국당)로 대비되던 현 구도가 깨질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로선 보수세가 강하던 동구·중구·대덕구가 지난 19대 대선과 6·13 지선에서 모두 민주당 손을 들어줘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때문에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충남은 천안, 아산, 당진이 수도권과 투표 양상이 흡사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체적으로 보수 성향이 내재돼있다는 점에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충북도 현재 여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뒤집어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6·13 재보궐에서 제천·단양을 내준 점은 한국당에 뼈아픈 타격이다.
21대 총선은 지역의 염원인 충청대망론과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꺼져가던 대망론 불씨를 살릴 기회로 꼽혀서다. 어느 때보다 19대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이 주목받았지만 기대에 그친 바 있다.
그런 만큼 21대 총선을 대망론 부활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대망론 실현 조건은 충분히 갖춰진 상태다. 호남을 뛰어넘은 지역 인구와 인물 경쟁력이 뛰어난데다, 지역민들의 열망 또한 높기 때문이다.
자연히 선거 과정에서 대망론이 주목받음은 물론 결과에 따라 잠재 주자들의 주가 또한 뛸 전망이다. 보수에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 진보에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망론 불씨를 지피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을 넘어섰고, 정치 인사들의 영향력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 총선은 대망론 부활의 적기나 다름없다"며 "지역주의로 치부하기보단 지역 갈등 해소와 탕평 차원에서 대망론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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