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 |
그동안 서양인과 체구도 다르고, 식사량도 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당뇨병에 잘 걸리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근거가 없었는데, 췌장의 크기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첨단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용적(볼륨) 및 췌장 내 지방 함량을 비교해 췌장 베타세포에서의 인슐린 분비능과 당대사능을 측정해 췌장의 크기 및 지방함량과 인슐린 분비기능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분석했다.
이와관련 임 교수 연구팀은 "체격이 유사한 30대 연령의 한국인과 서양인 각 43명을 기본 혈액 검사한 결과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 수치는 양쪽 그룹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며, 마찬가지로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모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췌장의 용적을 비교한 결과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크기가 12.3% 정도 작았으며, 오히려 췌장 내 침착된 지방의 양은 서양인에 비해 22.8%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췌장의 기능에 있어서도 한국인은 췌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능이 36.5% 정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결과는 "서양인과 체형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한국인 췌장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고,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해 결국 당뇨병 발생에 취약하다"고 시사하고, 당뇨병은 크게 "인슐린 저항성과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 두 가지 기전을 통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는 췌장에 손상이 생겨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베타세포는 췌장에 있는 소도라는 세포 무리에 포함되어 이 때문에 췌장의 전체 크기가 클수록 소도의 개수가 많다고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베타세포를 통한 인슐린 분비 능력이 좋다고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또한 "췌장 내 침착된 지방이 많으면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염증유발 물질 사이토카인, 혈관 활성화 물질 등이 베타세포를 감소시키고 췌장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한국인 체구는 서양인에 비해 췌장의 크기가 작아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저하돼, 췌장 내 침착된 지방이 췌장 기능을 더 악화시켜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해 당뇨병에 보다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최첨단의 컴퓨터 단층 촬영 기법을 이용해 췌장의 볼륨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측정했다는 점, 한국인과 서양인을 비교했다는 점, 그리고 췌장기능을 정밀하게 측정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20세 이상의 한국인 10%(400만 명 추산)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서양인에 비하면 식사량이 적고 비만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당뇨병 환자 증가 원인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는 부분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 최초로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크기와 기능을 비교해 동양인에서 호발 하는 당뇨병의 발생 기전을 제시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 과학 저널인 "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당뇨병·비만·대사 연구지)"에 게재됐다.
성남=이인국 기자 ku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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