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알고보면 쓸모있는).신.문]
무더위 속 '종다리'가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예쁜 새로 알려진 이 이름의 주인공은 사실 새가 아닌 태풍이다. 올해 12번째로 발생한 태풍 '종다리'는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강도 '약'의 소형 태풍이다.
올해 태풍 종다리 이전에는 11호 우쿵, 10호 암필, 9호 손띤, 8호 마리아 등이 찾아왔었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 태풍, 태풍의 이름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다른 자연현상과는 달리 태풍은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있다. 태풍은 일주일 이상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여러 개의 태풍이 있을 수 있고, 이에 태풍 예보를 혼동하지 않기위해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태풍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호주의 예보관들이었다. 당시에는 태풍이 발생하면 정치인을 비롯해 자신이 평소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ㅇㅇㅇ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ㅇㅇㅇ가 옆 나라로 갔으면 좋겠다' 등의 예보를 했다고 한다.
태풍에 공식적으로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였다. 2차 대전 이후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폭풍을 감시하던 미군들은 태풍에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고, 당시 태풍은 대부분 여자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후 1970년대 태풍에 여자 이름만 붙이는 것이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978년 이후로는 여자 이름과 남자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게 됐다.
2018년 개정된 태풍이름. |
지금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 세계기상기구의 태풍위원 14개국이 각자 자국어로 된 이름을 태풍위원회에 10개씩 제출해 사용하고 있다. 총 140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눠 1조부터 순서대로 쓰고, 모두 사용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는 장미, 노루, 너구리, 제비, 고니, 메기 등이 있다. 예쁜 꽃이나 동물들의 이름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태풍이 조용히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한편, 태풍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태풍이 큰 피해를 끼쳤을 경우에는 다시는 유사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태풍의 이름을 퇴출한다. 한글로 된 이름중에는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매미'를 비롯해 2006년 일본에 피해를 끼친 '나비', 2003년 미크로네시아를 덮쳤던 '수달' 등이 있다. 위 태풍들은 각각 무지개, 독수리, 미리내로 이름이 바뀌었다.
태풍 종다리는 오는 30일 새벽 독도 주변에 접근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늘 환영받지 못했던 태풍이지만, 폭염으로 지친 요즘 비소식이 반갑다는 사람들도 있다.
부디 태풍 '종다리'가 큰 피해없이 폭염만을 꺾고 날아가길 기대해보자.
서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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