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국문창작과 교수) |
불현듯 어느 날 매미 한 마리가 서툰 울음을 울기 시작하면 여러 마리의 매미들이 따라 울기 시작하면서 매미들 울음소리도 맛이 들고 깊어져 가는 것이다. 그리고 여름 땡볕이 뜨거워질수록 나뭇잎의 푸른빛이 짙어지며 매미 울음도 더 뜨겁게 살아날 것이다.
우리는 여름의 상징으로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귀에 닿는 매미 소리는 그 강도가 너무 세고, 또 한밤에도 가로등 옆에서 억세게 우는 까닭에 시민들이 잠을 설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자연의 운치가 이제 도를 넘어 공해로 전락한 셈이다.
이는 자연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이러한 매미의 생태를 초래한 우리 환경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매미에 대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잘 배워왔다. 매미는 애벌레로 땅 속에서 6년을 보내다가 7년째가 되는 해에 성충이 되어 어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겨우 한 여름을 뜨겁게 울다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러한 매미의 땅속 생활과 성충이 되기까지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여름이 떠나갈 즈음에 그 많던 매미들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매미의 전 생애를 살피는 것은 매우 극적인 발견이며 이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각인시켜주기에 족하다.
때로는 이렇게 자연의 이치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곳에 우리를 감동시키는 다채롭고 심오한 삶의 파노라마가 숨어 있다.
그래서 그것을 관찰하고 잘 파악하면 그곳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언어로 표현하기만 해도 시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매미의 최후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다음과 같이 한편의 시로 썼다.
지상에서의 며칠 삶을 위해 / 매미는 수년간 땅 속에 묻혀 있다 / 땅에서 부활하는 순간 /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 매미는 자기 죽음에 대한 弔喪(조상)으로 / 스스로 울다 최후를 맞는다 /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 // 이듬해 나무는 / 매미의 주검을 파먹고 / 이파리 줄창 자라나 / 무성한 그림자로 한 여름을 덮는다 (졸시 [매미의 무덤] 전문)
내가 알게 된 내용은 매미의 무덤이 바로 자신이 기대어 울던 나무 밑이라는 사실이었다. 매미는 전 생애를 울음으로 이어가다가 그 소리통이 다 비어버리고 어느 날 문득 찬 기운이 감돌 때 서둘러 제 목숨의 안쪽으로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자신의 태생에 대한 장시간의 고충을 잊고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한 나무둥치에 기대어 한 여름을 울며 지내다 그만 정이 들어 그 나무둥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뿌리 쪽으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 그것이 매미의 최후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매미가 그악스럽게 울다가 서서히 울음통의 바닥이 보이고 소리에 비치던 쇳소리도 점차 줄어들고 그러다 어느 날인가 울음소리는 뚝 끊기고 말 것이다. 그러면 그 매미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이 기대어 울던 나무 밑에 제 주검을 묻어 스스로의 무덤을 짓고 그 나무속으로 스며들어 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해도 더 푸른 나무 이파리들을 키워내고, 그리고 다시 그 이파리 사이 나뭇가지에 앉아 또 다른 매미들이 울다 그들도 또 그렇게 화려하게 생을 불사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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