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지금은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가 필요한 시기

  • 사람들
  • 뉴스

[공감]지금은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가 필요한 시기

김종하(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 교수)

  • 승인 2017-10-23 19:0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종하 교수
지난 10월 20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 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최종 목적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 지위를 미국이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정도 발언이면 초강대국 미국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의 연이은 개발 성공에 크게 고무돼 초강대국 미국과 동등(또는 비례적)해졌다는 착각에 빠져 앞으로 그들에게 닥쳐올 심각한 군사적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방예산이 제한돼 있다는 전제를 하게 되면, 북한이 핵 동등성(혹은 핵 등가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재래식 전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핵 억지력 확보로 인한 이득은 재래식 전력 증강을 어렵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 북한의 경우, 핵 억지력 확보에 전체 국방비 가운데 몇 퍼센트 정도가 소요되고, 전체 무기조달 예산 중 몇 퍼센트 정도 차지하게 될 것인지를 추산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핵을 보유하게 되면 재래식 전력 획득 프로그램들을 대폭 감축하게 될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프랑스가 1960년대 초 핵무장화를 위한 프로그램 집행 시 국방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였는데, 이로 인해 재래식 군사력 증강 지출은 40% 가량 감소했던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예산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북한의 핵무기 선택도 프랑스가 경험했던 것처럼 재래식 전투력을 저하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핵·미사일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북한의 육·해·공군의 경우, 병력 및 전력증강 축소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재래식 군사력을 통한 북한의 전쟁억지력 발휘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물론 전쟁억지력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영향력은 재래식 군사력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누구나 핵무기 사용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면, 실제 분쟁 시 어느 것을 더 사용하려 할까? 어떤 무기의 위협을 훨씬 더 신뢰할까? 재래식 무기가 아닐까?

사실 한국군과 미군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의 억지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 물론 재래식 군사력은 핵무기만큼의 억지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핵무기 역시 재래식 무기가 갖는 군사적 효용성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현재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효과적인 방어력을 아직까지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적 지원(핵우산 제공 및 전략자산 전개 등)하에서 안보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최민호 시장, 10월 6일부터 '단식' 선언, 진정성 통할까?
  2.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 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3. 문진석 의원, "국토부, 코레일에 유지보수비 1402억원 미지급...추가 예산 편성 필요"
  4. 이재관 의원, "기술개발 사업화 효율 높일 다양한 방안 마련해야"
  5. 대전권 전문대 수시1차 마감… 보건계열·취업유리 학과 여전히 강세
  1. "마약 중독, 함께 예방해요."
  2. 기부챌린지 통한 적립금 600만원 기탁
  3. 대전시, 내년 생활임금 1만 1636원 결정
  4. "대전시민 안전문화 확산 함께해요"
  5. 대전하나시티즌, 6일 제주와 정규 라운드 마지막 승부

헤드라인 뉴스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정부와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이 까다로운 조건과 규정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청자 상당수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고 있지만, 매년 쓰지 못하는 이른바 불용 예산은 급증할 정도다.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기준과 대상 규정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청년월세 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1차)과 2024년 2월(2차)에 청년월세 지원사업을 신청자..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충남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닷새간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3일 도에 따르면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가 지난 2일 계룡대에서 김태흠 지사를 비롯해 이응우 계룡시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해외 국방부 장관, 참가 기업 임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육군협회 주최로 오는 6일까지 진행되며, 계룡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과 연계 개최해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전시회는 2일부터 4일까지 비즈니스데..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특례 기한 만료에 따라 내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전면 중지될 위기에 놓였다. 대전교육청은 기존 재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정부 예산이 없어지면 기존 사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관련 지원을 포함하지 않아 고정적으로 교부됐던 약 350억 원의 세입분은 자연 감축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 필수경비가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이 끊기면 고교 무상교육 유지를 위해 전체 사업 축소는 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 기온 뚝, 쌀쌀한 대전 기온 뚝, 쌀쌀한 대전

  •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