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거미 기관 모사장치로 인공 거미줄 뽑아내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수술용 실이나 방탄조끼 등에 두루 쓸 수 있는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스웨덴 농업과학대, 중국 동화대, 스페인 마드리드공대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거미의 거미줄 생산 기관인 '방적관'(spinning ducts)을 본뜬 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실제 거미줄과 유사한 인공 섬유를 만들었다고 10일 밝혔다.
이 인공 섬유는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에 비견할 정도의 강도와 탄성을 지녔다. 생체적합성도 뛰어나 수술용 실 등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미줄 섬유의 원료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미를 누에처럼 사육하는 것이지만, 거미는 서로 싸우기 때문에 한데 넣고 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과학자들은 대장균의 유전자 사이에 거미줄 유전자를 넣어 '거미줄 단백질'을 얻었는데, 이 단백질의 강도나 탄성은 실제 거미줄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연구진은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거미줄 단백질의 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거미는 몸 안에 거미줄 단백질을 용액상태로 가지고 있는데, 이 용액이 방적관으로 뿜어져 나오면 실 형태로 바뀐다. 방적관 내부의 산도(pH)가 점차 낮아지면서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거미 방적관을 흉내 낸 좁은 유리관을 만들고, 내부 산도가 pH7.5에서 5.5로 변하도록 조절했다. 대장균이 만든 거미줄 단백질을 관에 넣어주자 실제 거미줄의 특성과 유사한 인공 거미줄이 나왔다. 연구진은 세균배양액 1ℓ 속의 단백질로 인공 거미줄 1km를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9일 자에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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