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아직 정이 남아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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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아직 정이 남아 있는 도시

  • 승인 2016-11-01 17:00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나폴리에 도착했다. 마피아의 도시라며 위험하다고 소문난 나폴리이기에 지갑과 여권이 든 가방을 몸에 밀착시켰다. 인상을 팍 찌푸리고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걸 어필했다. 험악한 얼굴로 교통카드를 사고 지하철을 찾기 위해 말을 건 역무원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이전에 들린 베네치아와 피렌체 직원들은 친절과 거리가 멀었다. 이미 기본적인 불친절에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 나폴리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미소와 자세한 설명이 당황스러웠다. 인상을 풀고 지하철을 내려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먼저 어디 찾냐고 물어봤다. 여긴 왜 이리 소매치기들이 많지? 이 사람들 모두 소매치기라는 생각에 한껏 경계했지만 다들 쿨하게 길을 알려주고 떠났다.

“Do you find hostel? Follow me."
중앙역에서 내가 묵을 숙소가 있는 역에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와 호스텔 찾기를 시작해볼까...하는데 앞에 가던 학생이 말을 걸었다. 다짜고짜 자기 따라오라면서 앞장서서 걸었다. 저기... 나... 어디 호스텔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I try to find La constralro hostel." (나 라 콘스트랄로 호스텔 찾는 건데...?)
"Yes I know. Few years ago, When I was traveling here, I stayed there." (응 알아, 예전에 여기 여행 했을 때 나도 거기서 묵었어. )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현재 나폴리에서 공부중인 학생이었다. 예전에 나폴리로 여행 왔을 때 묵은 호스텔을 찾는 것 같아 도와준다고. 본인은 방콕에서 3년이나 살았다고 한다. 방콕에 있는 동안 아시아 국가를 많이 여행했는데 한국은 안 가봤다고 한국은 어떤 나라냐고 물어봤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도 한참이나 한국에 대해 물어봤다. 한국 소개는 곧 자랑으로 바뀌어져 갔다.

“고궁은 작지만 자연 그대로를 담고 있어. 일본은 가봐서 알겠지만 정형화되고 인위적이라면 한국은 자연을 그대로 담았거든. 중국은 엄청 크다면 한국은 둘러보기 좋게 적당히 아담해. 한국만의 느낌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금세 도착한 호스텔은 신기하게도 내가 찾는 호스텔이었다.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 학생은 한참이나 자랑 아닌 자랑을 듣다가 떠났다. 내가 힘들어서 그만 하고 싶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질문을 하고 경청해줬다. 이제 그만 가야하지 않냐는 나의 걱정을 듣고서야 가던 길을 떠났다.

‘유럽 사람들’이라고 범주를 묶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나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전체적으로 그렇다. 물어보면 찾아주고 알려주지만 먼저 다가와 과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먼저 길 찾아주는 몇몇 사람은 대부분 나폴리에서 만났다. ‘조금 가난하지만 아직 정이 남아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기 충분했다.

사실 외관상으로만 말하자면 나폴리라는 도시의 첫인상은 ‘더럽다’였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쓰레기통 속을 걷는다고 표현하면 되겠다. 높이 올라선 건물외벽 곳곳에는 스프레이 낙서들이 가득했고, 창문에는 빽빽하게 빨래가 널려 있었다. 삼삼오오 몰려 있는 아이들은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큰 소리를 내고 있었고, 열린 창문사이로 들려오는 TV소리와 자동차 경적소리가 섞여 꽤나 혼란스러웠다. 베네치아와 피렌체는 이탈리아 느낌이라면 나폴리는 남미나 중동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사람들도 아시아인, 흑인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과 얘기할 때 느낌은 가장 좋았다.

“where are you from?"
"How was your day?"
로마, 베니스, 피렌체 등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나폴리에서 많이 들은 말이다. 어디서 왔어? 오늘 하루 어땠어? 간단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인사다. 나폴 리가 아직 정이 남아있다고 느끼는 이유였다.

“한국말로 ciao(안녕하세요)는 어떻게 말해?”
유럽 식당 어디에서나 서빙은 느렸지만 나폴리에서는 기다릴만했다. 유독 손님들에게 관심이 많아 이 말 저 말을 걸어댔기 때문이다. 서빙시간이 5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나는 것 같았지만 나폴리 사람들만이 가진 친근함을 없애고 싶진 않았다. /김유진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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