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료는 홍시가 전부…리퍼트 대사도, 최불암도 반한 맛

한식전문가가 천연재료로 내는 맛, 밑반찬도 궁중방식 그대로 여름엔 '녹차보리굴비정식' 인기

[맛있는 주말] 궁중한정식 전문점 '왕가'

▲ 왕가정식

'한국 전통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를 드신 분은 백세 이상 장수합니다.' 궁중한정식 전문점 '왕가(王家)'의 타이틀이다. 상호명의 앞 글자 王(왕)은 글자 그대로의 임금의 의미도 담고 있지만 一(일백) 十(열십) 一(백십일세)의 부수가 모여 王(왕)이 됐다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임금님에게 바치던 수라상 같은 귀한음식에 좋은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수백 년 전 궁중 수라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이 집의 반찬에서 나오는 단맛은 설탕이 아닌 '홍시'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말했던 홍시의 단맛이 유일한 조미료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가 이 집의 맛을 만들어낸다.

주인 정순선 대표는 대전을 비롯해 중부권을 대표하는 한식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다. 수십 년간 한식을 연구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련 서적 출간을 비롯해 언론사 기고문도 실어왔다. 대전에 거주하거나 방문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특히 이곳을 자주 찾는다. 주한 미국대사인 마크 리퍼트 대사도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 대표의 음식을 극찬하며 기념촬영까지 했다.

날씨가 덥고 습한 요즘 왕가에서 가장 인기 좋은 메뉴는 '녹차보리굴비정식'이다. 탤런트 최불암씨가 우연히 이 집의 보리굴비를 맛보고 계절마다 찾을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한다. 보리굴비라 불리는 이유는 굴비를 한겨울 찬바람에 전조하고 겉보리에 묻어 숙성하는 과정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숙성된 굴비는 다시 쌀뜨물에 담가서 살짝 쪄서 손님상에 올라간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비결은 법성포가 고향인 정 대표의 어머니가 전수해준 솜씨다.

왕가를 대표하는 메뉴인 능이버섯간장게장은 능이버섯을 삶은 물을 간장과 8대2로 섞어 숙성하여 만든다. 흔히 간장게장이라 하면 간장이 양념에 주를 이루지만 이 집의 간장게장은 간장을 최소화하여 짠맛을 줄이면서 능이버섯의 향과 효능을 담았다.

해물신선로는 고기위주의 신선로에 고기를 빼고 해물을 첨가하여 만든 메뉴다. 바지락, 갑오징어, 홍합, 대하를 참숯으로 거른물에서 8시간을 우려냈다. 해물 특유의 잡내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떡살과 미나리를 넣고 끓여내는데 담백하면서도 해물탕에서 개운한 국물 맛에 가슴 속 깊은 곳 까지 시원해진다.

주 메뉴의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밑반찬들도 궁중방식 그대로 재현된 음식이다. 정 대표는 “자연에서 얻어진 맛 그대로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남은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불우한 이웃들과 어르신들에게 왕가의 음식으로 봉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전했다. 042-489-6003 주소 만년동 362 세영빌딩 1층

▲메뉴=교자상 3만5000원, 수라상 4만5000원, 왕가정식 5만원, 왕가특정식 7만원, 임금님상 10만원

금상진 기자 jod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