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물류창고 화재는 물품을 수직으로 십여층 쌓는 래크식(적층식) 자동창고의 위험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왔다.
래크식 자동창고는 좁은 면적에 물품을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 공간활용을 극대화한 고층빌딩과 같지만, 방재설비는 1층 주택 수준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래크식 자동창고에 성능위주의 소방설계를 적용하고 방화스크린과 스프링클러를 특성에 맞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불씨는 20여분만에 건물 전체로 확산됐고, 20층 높이의 불꽃을 내뿜으며 12시간 지속됐다.
창문 없이 패널로 덮여 화원에 소방수를 뿌릴 수 없었으며, 강력한 열기와 진한 매연을 내뿜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4월 대덕구 대화동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 화재에서도 똑같이 발견됐다.
창고 규모와 비교하면 화마는 거셌으며, 패널이 녹아 지붕이 열린 후에야 본격적인 진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10시간 지속됐다.
화재가 발생한 두 곳 모두 래크식 자동창고였다. 래크식 자동창고는 창고 내에 작은 층을 만들어 물품을 수직적으로 쌓고 자동화된 크레인을 원격조정으로 움직여 물품을 쌓고 반출하는 저장소를 말한다.
건물 높이는 3~4층 규모이지만, 창고 내에는 철골 구조의 랙(선반)으로 최고 20층까지 만들어 공간활용을 극대화한 창고방식이다.
전소된 한국타이어 물류창고(452㎡)는 5층 높이(32m)였지만, 타이어를 쌓는 내부의 실제 층은 11단(연면적 8622㎡)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물류창고(5000㎡ 수준) 역시 내부에 십여개의 단을 만들어 연면적은 1만8000㎡였다.
이같은 래크식 자동화물류창고는 같은 면적의 일반 창고보다 물건을 수십배 더 쌓을 수 있는데 이는 화재시 면적 대비 가연성 물질이 수십배 압축된 효과를 낸다.
부산대 이유식 씨의 '래크식 자동창고의 화재대응성 소방시설 연구'논문에서 “면적 대비 가연성 물품을 의미하는 화재하중이 일반 창고보다 커 수동진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또 래크식 자동창고는 화재시 상승기류가 만들어져 불꽃에 충분한 공기가 공급되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방화셔터 등의 방화구획 규정이 대부분 면제돼 있고, 한 공간에 인화물질이 높게 쌓여 있어 인력으로 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치닫는다.
하지만, 이같은 랙크식 자동물류창고는 몇몇 소방시설 제외하고 일반 창고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나마 높이 4~6m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으나, 이는 물품 2~3층에 하나씩 설치하는 것과 같아 물이 화원에 닿지 않는다.
때문에 래크식 자동창고의 초기화재를 지연할 방화셔터 등의 방화구획을 적용하고 특성에 맞도록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래크식 물류창고에 불이 붙으면 사실상 진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두번의 사고로 확인되고 있다”며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생산시설과 분리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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