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베풂이 아닌, 아름다운 전염일 뿐…

봉사는 베풂이 아닌, 아름다운 전염일 뿐…

6일동안 계속된 집수리봉사 현장, 37℃에도 망치질은 쉼이 없어 의사, 건설회사 대표 등 계층도 다양…자녀들까지 동참 이어져

  • 승인 2012-08-14 14:27
  • 신문게재 2012-08-15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중도초대석] 대전시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 대원라이온스 클럽

▲  찜통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와 대원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집고쳐주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봉사활동이 언론에 비춰지면 봉사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한사코 사진찍기를 거부했으나 회원들끼리 기념으로 찍은 사진을 겨우 입수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최영환 회장의 개인사진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
▲ 찜통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일 대전시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와 대원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집고쳐주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봉사활동이 언론에 비춰지면 봉사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한사코 사진찍기를 거부했으나 회원들끼리 기념으로 찍은 사진을 겨우 입수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최영환 회장의 개인사진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이는 사회적 위치가 높으면, 그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소위말하는 부자면 불우한 사람을 도울 수 있어야 하고, 도덕적으로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기도 하다. 얼마전 대전시에서도 실천이 필요하다고 거론이 됐던 '사회적 자본' 형성의 필수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누군가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나서고, 나보다 약자인 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가진 재물도, 시간도, 노력도 서슴없이 내놓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대전시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 회원들과 대원라이온스 클럽 회원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행에 대해 자신을 드러내놓지 않겠다는 이들을 설득하는데 오랜시간과 힘이 들었음을 분명히 하고 싶다. 자신들의 선행을 자랑하는 것은 봉사의 본질에서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필자는 아름다운 선행을 자랑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의 선행이 우리 지역에서도 향기의 근원이 되고 스스로 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편집자 주


“뚝딱, 뚝딱!”
한낮의 기온이 37℃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여름날.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장정 몇몇이 집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전기기사 1급 자격증이 있는 김주현 사무국장은 타들어가기 일보 직전의 콘센트를 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눌어붙은 콘센트에서 화재가 날 뻔했다. 오래된 전선을 쥐들이 갉아 먹었고, 전선들은 합선이 돼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겨울 한조각 바람도 막아주지 못했던 부실한 창틀은 장복수 회원의 손에 새롭게 탈바꿈 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지만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속옷까지 젖어가며 끊임없이 망치질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비좁은 부엌은 최무진 회원의 손에서 멋들어진 싱크대 교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상윤, 송재석씨 역시 벽돌한장, 도배지 한장을 나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을 총 감독하고 지휘하는 최영환 회장은 집주인을 자처했다. 집이 잘 지어질까 구석구석 돌아보며, 일꾼(?)들을 위해 식사니, 장비니, 간식이니 끊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꼬박 6일동안 계속됐다.

이곳은 대전시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와 대원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의 합동봉사 사랑의 집고치기 현장이다.

시각장애인 아주머니와 언어장애를 가진 아저씨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생활형편이 어려웠다. 50~60여년 정도 된 오래된 집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봉사 회원들은 직접 팔을 걷었다. 각자 재능을 기부하고, 재능이 없는 이들은 심부름이라도 해주며 집고치기를 도왔다.

한낮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7일 이 집은 멋지게 완성됐다. 시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는 지난해 10월 최영환 회장이 맡았다. 20여년간 봉사를 해왔지만 뒤에 숨어있었던 최 회장은 '회장'이라는 직함에 부담감이 컸다. 최 회장은 아내에게 후원회 회장직에 대한 상의를 했다.

'사업에만 전념하라'는 대답대신 아내로부터 온 대답은 '장애인을 위한 봉사면 봉사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답변이었다. 최 회장 부부의 둘째 딸은 어릴적 의료사고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다.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로서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 자리를 마다할 수 없었다.
회장직을 수락하고 그는 장애인을 도울일이 많을것이라는 생각에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평소 적극적인 성격답게 회원 모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현재는 임원만 75명을 모집했다. 75명의 임원에는 변호사, 의사, 건설회사 대표 등 전문직 종사자까지 다양한 계층이 동참하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CMS로 후원하고 있는 회원들도 2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후원금을 모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장애인 부부의 합동 결혼식을 비롯해 장애인 한마음 체육대회 후원, 연말 장애인 자원봉사자 위로행사, 명절 떡나누기, 김장나누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최 회장이 대원라이온스클럽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이들 두 단체는 합동 봉사를 하며 더욱 봉사의 힘을 키우고 있다.

최 회장은 “회원과 임원 상당수가 개인사업을 하고 바쁘신분들이지만, 후원회가 봉사를 한다고 하면 열일 제치고 직접 참여하는 열정과 열의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시 지체장애인협회 후원회는 유일하게 학생 봉사단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75명 후원회 임원들의 자녀들로 구성된 학생 봉사단은 부모와 함께 각종 봉사에 참여하는 한편 매달 셋째주 토요일 오후에는 시간을 비워 정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임원들은 “부모들이 직접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에 이어 아이들까지 남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자기 것을 내놓을 수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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