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절반이 2개이상 소유

젊은 여성 절반이 2개이상 소유

국내 시장규모 연 16兆 '세계 10위' 오명 대다수 “열등감 느끼지 않으려고 구입”

  • 승인 2011-11-15 17:52
  • 신문게재 2011-11-16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비뚤어진 명품 사랑 '짝퉁 천국'

대전의 한 백화점 VIP를 자칭하는 오모(45·여)씨는 최근 동창회 모임에서 얼마 전 구입한 프라다 가방과 흡사한 핸드백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본 오씨는 친구가 일명 '짝퉁 백'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알고 슬그머니 내려놨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정작 '짝퉁 백'을 가져온 동창은 자신의 백을 명품백으로 알아보는 친구가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했다.

최근 들어 유통업계가 명품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과 발맞춰 짝퉁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명품을 구매하지만 실상 자세히 살펴보면 짝퉁 상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한 손에 들어올 만한 가방이 수십만 원에 달하는가 하면 비교적 상품 크기가 크면 수백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아 있는 명품을 10만원 안팎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유혹에 짝퉁 상품들이 날개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짝퉁 상품 유통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대전지역 유명상가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가 부착된 '짝퉁' 가방 등을 판매한 김모(56)씨 등 12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역 상인들인 김씨 등은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22일까지 대전 시내 일원 상가에서 루이뷔통, 샤넬, 구찌 등 해외 유명브랜드 10개사의 상표가 부착된 '짝퉁' 가방, 지갑 등을 진열, 판매한 혐의다. 게다가 경찰은 이들로부터 450여 점 5억원 상당의 '짝퉁' 상품을 압수했다.

이에 못지않게 짝퉁 시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 4월 암시장 전문조사 사이트인 '하보스코프 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짝퉁시장 규모는 63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국내 짝퉁시장 규모는 연간 140억 달러(16조원 가량)에 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0위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셜쇼핑업체인 코코펀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2030세대 여성 총 688명을 대상으로 '이미테이션(일명 짝퉁)'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62명(52.6%)이 이미테이션 제품을 2개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개 이상은 1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짝퉁 시장은 단순히 명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야간시간대에 문을 여는 대전지역 한 클럽주점 호객꾼은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명함을 제작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주민등록증이라는 제목 대신 일명 '물 등록증'이라는 글자를 삽입해 자신을 알리고 있는 것. 주민등록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한 것은 아니지만, 변형시켜 짝퉁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게 한 호객꾼의 귀띔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짝퉁에 열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확산에 대한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보이는 것에만 현혹돼 보이지 않는 부분은 무시해버리는 사회적 풍조가 짝퉁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몇 해 전 학력위조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국내 예술계 및 학계를 뒤흔들어놓은 상황 역시 짝퉁 선호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불리는 '스펙(학력, 자격증 등 자신의 능력을 알리는 요소)'이 취업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바람에 이를 부풀리거나 위조하는 등 사건도 이어진다.

반면, 최근에는 창의성, 순발력, 문제 해결능력 등 다양한 요소를 판단조건에 포함하고 있지만, 아직도 기본적인 스펙 여부에 따라 색안경을 쓰고 있기는 마찬가지.

능력이나 상품의 질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 갖춘 배경 등이 후광효과를 빚어내는 것이다. 사회경력 3년차인 한희정(28·여)씨는 “대학 때는 스펙을 채우기 바빴고 면접을 보고자 쌍꺼풀 수술까지 했고 이제는 친구들 앞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려 짝퉁 명품가방을 산다”며 “그러나 진정한 나를 세상에 보이기보다는 겉으로 치장해 놓은 것들로 판단되는 사회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것인지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미분양 7월 기준 4216세대 '작년말보다 4배 증가'
  2. [경찰의 날] 쉴틈 없는 지구대의 밤…실종자 찾아 '삼만리'
  3. 줄어드는 민생 치안 최전선 지역경찰…업무과중 문제 화두
  4. [국감현장] 충청 시도교육청 AI 디지털교과서 '우려'… 특수학교 통학 거리·보건교사 수업 문제도
  5. [국감현장] 충남대 글로컬30 미선정·부동산 관리 도마 위… 충북대 의대증원 집중포화
  1.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사업' 2028년 준공위해 순항
  2. 사망사고 급발진 주장 운전자, 브레이크 안 밟았다 '무죄→금고1년'
  3. [LINC3.0사업단 특집- 한남대] 기업가형 대학, 지산학협력으로 창업기업 경쟁력 앞장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각급 위원장 임명… "다양한 시민 목소리 반영"
  5. [홍석환의 3분 경영] 개방과 폐쇄

헤드라인 뉴스


尹, 아산 경찰병원 조속 건립 약속… 충남 경찰학교 유치 기대감↑

尹, 아산 경찰병원 조속 건립 약속… 충남 경찰학교 유치 기대감↑

윤석열 대통령이 아산 경찰병원의 조속 건립을 약속하면서, 경찰병원 설립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충남에 경찰기관 집적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제2 중앙경찰학교 유치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또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아산 경찰병원을 조속히 건립하고, 순직·공상 경찰관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현장 경찰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도 대폭 확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 경찰병원 건립 사업은 2..

대전 바이오 성장세에 `원촌 바이오 혁신지구` 관심집중
대전 바이오 성장세에 '원촌 바이오 혁신지구' 관심집중

알테오젠의 코스닥 시총 1위, 리가켐바이오의 약진 등 대전 바이오가 주목을 받으면서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조성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조성사업'은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이 2028년 금고동으로 이전됨에 따라 현 부지 총 12만 2000평(40만4334㎡)에 사업비 4515억 원을 투자해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사업이다. 현재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은 공정률 15%를 보이면서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첨단바이오메..

[충남아산FC, 승격원년 준비] 구단 최고성적 확정적… 이젠 직행 노린다
[충남아산FC, 승격원년 준비] 구단 최고성적 확정적… 이젠 직행 노린다

충남아산FC가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사상 첫 승격전 진출까지 가시권에 두게 됐다. 구단은 사실상 플레이오프는 안정권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승격으로 직행하는 리그 1위까지 돌풍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충남아산FC는 10월 20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경기에서 3대 2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리그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 이후 두 골을 연달아 내주며 역전당했지만, 후반전 이학민의 멀티골로 중요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먼저, 이번 시즌 충남아산FC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경찰청,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 배춧값 강세에 절임배추 사전예약 경쟁 치열 배춧값 강세에 절임배추 사전예약 경쟁 치열

  • 살고 싶은 서천의 매력에 반한 캠퍼들…서천 힐링캠프 ‘성료’ 살고 싶은 서천의 매력에 반한 캠퍼들…서천 힐링캠프 ‘성료’

  •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