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품어안은 고대도시, 선교자의 비장함 느껴져…

세월을 품어안은 고대도시, 선교자의 비장함 느껴져…

성 바오로의 첫번째 선교 여행지, 기독교를 전 세계에 전파한 시작점 반원형 노천극장·대규모 목욕탕 등 곳곳 정교한 건축기술 엿볼 수 있어

  • 승인 2011-09-26 14:04
  • 신문게재 2011-09-27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 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그리스·터키를 찾아서] 15.터키의 성지들을 찾아서-페르게편

▲ 페르게 유적을 순례객들이 돌아보는 모습
▲ 페르게 유적을 순례객들이 돌아보는 모습

한국가톨릭성지순례단(단장 김정수 바르나바 천안신부동성당 주임신부)은 성지순례 8일차인 지난 5월 30일 파묵칼레를 떠나 5시간을 버스로 달려 페르게로 이동했다. 이번주는 페르게 이야기와 더불어 터키의 풍광과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 페르게의 유적
▲ 페르게의 유적
▲ 페르게=안탈랴 동쪽에 있는 페르게는 페르가(Perga)라고도 한다. 소아시아 남안 근처에 있는 고대 도시의 유적으로 트로이 전쟁 후 그리스인이 건설했다. 시내에는 중앙에 수로를 가진 열주도로가 동서, 남북 방향으로 관통돼 있고 아고라와 필라에스트라 성당 등이 있다. 시벽 외측에 약 1만5000명을 수용하는 극장과 스타디움이 있는데 보존 상태가 지극히 양호하다.

기원전 1500년경 히타이트때 건설된 페르게는 고대 팜필리아의 주요 도시였다. 성 바오로는 첫 번째 선교여행에서 이 곳을 방문했다. 극장 무대엔 아름다운 대리석 양각이 있고 경기장에는 도시 내에 있던 많은 조각들이 진열돼 있다. 페르게 동쪽은 1만5000개의 객석을 갖춘 잘 보존된 극장으로 유명한 고대 아스펜도스가 있다. 이 곳에 있는 극장의 화랑과 계단 장식, 음향시설은 지금도 사용될 정도로 당시 건축가들의 발달된 기술을 보여준다. 인근에는 공회당과 광장, 그리고 안탈랴에서 가장 큰 수도교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안탈랴 북쪽엔 얄와치(비시디아 안티오키아)가 있고, 조금 더 가면 고대 비시디아 안티오키아가 나온다. 성 바오로가 이교도 세계에 기독교를 열어 세계 역사를 바꾼 곳도 이 곳이다. 얄와치의 유적으로는 성 바오로 공회당과 일부 수도교, 아우구스투스 사원이 있고, 극장과 잘 보존된 대중목욕탕도 있다.

▲ 페르게 유적중 정육점을 나타내는 안내표시
▲ 페르게 유적중 정육점을 나타내는 안내표시
▲ 노천극장과 아고라=페르게의 노천극장은 전형적인 그레코 로만식 반원형 극장으로 1만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그레코 로만식이라 한 이유는 그리스인들이 산의 비탈진 경사를 이용해 극장을 지었던 것을 후에 로마인들이 보수 공사해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는 말이 끄는 전차 레이스나 검투사의 쇼가 펼쳐졌다. 페르게 사람들은 고대 도시가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전사들에 의해 세워졌다고 말하지만, 역사 기록에 등장한 때는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이후다. 셀레우코스 왕조, 페르가몬의 지배를 거쳐 로마시대에 들어가면서 페르게는 팜필리아의 중심 도시로 번영했다. 이 곳에서 바오로의 포교가 성과를 얻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페르게는 초기에 그리스도교를 수용한 도시 중 하나다.

페르게의 아고라는 로마시대의 장터였고, 페르게 교회는 바오로가 전도여행 하던 당시 헬레니즘 시대에 대성황을 이뤘다.

페르게 유적에 가면 인구 8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목욕탕, 스타디움, 전차경기장 등을 모두 만날 수 있다. 페르게에 있는 로마의 문은 성안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로마식으로 재건됐다.

이날 페르게 유적을 순례하는데 날씨가 매우 무더웠다. 페르게 유적 입구에서 오렌지 다섯 개를 하나하나 손으로 눌러 짜서 오렌지 주스를 만드는 터키 아저씨에게 오렌지 주스를 사서 마시며 흐르는 땀을 식혔다. 오렌지주스 한잔에 2.5유로인데 주스 한잔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순례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했다. 한편으로 오렌지가 흔한 이 나라가 참 부럽기도 했다. 이 나라 오렌지는 체리와 더불어 정말 맛있다.

김정수 신부는 이날 저녁 미사에서 “크리스천 문화는 기억의 문화”라며 “순례자들이 팜필리아, 데살로니카, 고린토 등 돌밖에 없는 유적들을 찾아가는 이유는 기억해 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생명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또 도시가 형성됐다가 지진이 나고 불이 나고 전쟁이 나서 다 무너지고 폐허가 된 곳에 부활을 집어넣기 위해 순례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신부는 “돌만 남은 이 곳을 우리가 순례하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기 위해서”라며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산 사람이 여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순례길을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오렌지 주스를 파는 현지 상인
▲ 오렌지 주스를 파는 현지 상인
▲ 터키의 풍광=터키는 데니즐 리의 온천침전물 파묵칼레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나라다. 다양한 동물들의 천국이기도 하고 수많은 꽃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튤립이다. 튤립은 1500년대 이스탄불에서 비엔나로 전해졌는데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더욱 관심이 커지면서 튤립 재배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튤립포마니아'들이 생겼다. 고상하고 즐거운 시기였던 17세기를 터키에선 '튤립시대'라고도 한다. 벚나무나 살구, 아몬드, 무화과 등도 터키가 원산지다.

인간의 조상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화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 부끄러움을 알게 되자 무화과 잎으로 치부를 가렸다는 구절을 보면 무화과가 만발한 터키가 손상되지 않은 에덴동산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 터키의 이모저모=터키에서 종교란에 가톨릭이라고 기록하면 불이익을 받는다.

▲ 도자기 등 각종 공예품을 파는 가판대
▲ 도자기 등 각종 공예품을 파는 가판대
그래서 겉으로는 이슬람이라 쓴다. 터키 사람들은 한국의 라면과 김을 잘 먹는다. 거의 한국음식에 중독된 터키인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음식중 깻잎과 고추장에는 거의 중독돼 있고, 당면과 불고기, 라면도 매우 맛있어 한다. 터키 아이들은 특히 한국의 새우깡과 애니타임을 좋아한다.

터키에는 한국사람이 약 1000여 명 사는데 한국식품점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래서 한국음식이 귀하다. 이 곳에서 한국 소주 1병은 25유로로, 약 4만원인 셈이다. 이슬람 종교를 가진 무슬림들은 술을 안 마신다.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실수하기 때문이다.

▲ 지난해 터키의 한여름 온도는 44였다. 그래서 짜게 먹는 것이다. 터키는 홍차 문화가 발달했는데 앙증맞고 작은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사과홍차는 색깔과 향과 맛이 매우 뛰어나다.

이슬람인들은 홍차를 마시며 논다. 성지순례단의 운전기사였던 하산씨는 홍차만 마시고도 춤도 잘추고 노래도 잘 부르고 분위기도 잘 맞추고 아주 명랑쾌활해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즐거운 순례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터키 커피는 커피원두와 설탕과 물이 들어가는데 매우 맛있다. 우리나라 장맛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게 터키 커피다.

▲ 페르게의 유적
▲ 페르게의 유적
터키 사람들은 세계에서 공산품이 가장 우수한 나라를 한국으로 꼽는다. 한국은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로 손놀림이 섬세하고 손이 발달해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터키는 알라가 유일한 신이고 종교 지도자가 하루에 다섯 번 사원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외친다. 이때 주로 시각장애인들이 벨 소리가 크게 나도록 탑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 '알라'라고 외친다. 아잔은 해가 뜰 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해가 질 때, 해가 완전히 질 때, 잠자기 전 밤 10시 10분 등 하루에 5번 이뤄지는 일과로, 아잔소리가 나면 사원에 가서 기도해야 한다.

터키 남성들은 아잔이 흘러나오면 사원에 가서 기도하는데 이들이 이동할 때는 코란과 카펫, 나침반을 들고 다닌다. 나침반으로 동쪽을 맞춰놓고 중간에 아무데서나 카펫을 깔아놓고 기도한다.

반면에 여성들은 사원에 가지 않고 주로 집에서 기도한다. 이스탄불의 탁심은 서울의 명동거리 같은 곳으로 카펫을 깔고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다.

터키는 1부1처제다. 이슬람국가에서 일부다처제는 나라의 전쟁 때 남자들이 죽고 나면 과부가 늘어 과부 구제를 위해 생긴 제도다. 결국 자기나라 인구 증가를 위해 만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부다처제에서는 결혼 적령기의 여자들에 한해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는데 정부에서 허락해야 아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다.

남편은 4명의 아내에게 골고루 잘해줘야 한다. 일부다처제가 아닌, 인구 증가를 위한 1부 4처제의 경우 아내 한명이 죽으면 한명의 아내를 더 얻을 수 있다. 결국 부자 남성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종족 번성을 위한 이 제도의 경우 대체적으로 네 명의 아내 중 두 번째 아내가 제일 좋다고 한다. 남편들이 두 번째 아내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터키는 결혼을 하면 반드시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는데 결혼을 하고도 반지를 안 끼는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터키 거리에서는 눈을 제외한 온 몸 전체를 검은 천으로 가리는 '차도르'를 쓴 여인들과 얼굴만 가리는 '히잡'을 쓴 여인들을 길거리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터키 페르게=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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