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인생' 감성에 눈뜨다

'아날로그 인생' 감성에 눈뜨다

만년필·헌책방서 묻어나는 인간미에 매료 시대 역행, 부적응 아닌 또다른 생활방식

  • 승인 2011-07-12 17:46
  • 신문게재 2011-07-13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 디지털 NO... 느려도 좋아]

▲ 12일 대전시 동구 원동의 헌책방에서 한 남자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책을 고르고 있다.
▲ 12일 대전시 동구 원동의 헌책방에서 한 남자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책을 고르고 있다.
12일 점심시간에 따로 짬을 내 동구 원동의 한 헌책방을 찾은 김기열(60·자영업)씨는 이제는 출판되지도 않는 옛 서적을 한참 동안 찾았다. 동굴같은 헌책방 통로의 귀퉁이에서 50여년 전 출간된 전래동화 전집을 찾아낸 김씨는 집으로 돌아가 손자들에게 보여줄 마음에 얼굴이 환해졌다. 김씨는 “오래된 책을 소장하는 것은 그 책이 내 인생에 오랫동안 영향을 준 것같아 정감이 든다”며 “아직까지는 책을 손으로 느끼면서 읽는 재미가 더 좋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새로운 IT 서비스 등에 따라 생활 양식도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가 확산되고 있다.

아날로그의 대명사로 꼽는 품목 중의 하나로 만연필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책과 전자노트 등의 아성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예상됐던 만년필 시장은 새로운 트렌드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뜻하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가 유행하면서 만연필 시장이 때 아닌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구 둔산동의 한 만년필 매장에서는 최근들어 예전 매출 대비 20%가 상승했다. 매장 점원은 “만년필이 패션 소품으로 여겨지면서 특히 일부 직장 남성들은 정장에 맞추기 위해 2, 3개씩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메일, 메신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 편지쓰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아 만년필 등 필기도구를 구입하는 수요자들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최창현(38·금융사 팀장)씨는 “금융 영업을 하면서 고객에게 특별한 관심을 전해주고 싶어서 만년필로 직접 쓴 편지를 가끔 보낸다”며 “아날로그식 방법이 요즘들어서는 흔하지 않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관심의 표현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휴대폰 역시 디지털 시대의 족쇄라는 생각에 이를 개통하지 않은 사람도 찾을 수 있다. 충남대 한 교수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고 연구실 전화에서 자동응답기를 통해 부재중 연락을 받는 방법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아날로그식 생활방식을 시대와의 단절이나 부적응으로 몰아세울 수만도 없다는 판단이 대다수다. 아직까지 디지털 시대의 폐해로 볼 수 있는 강박증이나 개인화 현상 등에 대한 대처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 변화를 역행하고 있다기보다는 따뜻한 인간성을 유지하고 정감있는 생활을 이어나간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노영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예약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등 시대가 참 편리하게 변했다”면서 “하지만 디지털 문명에 대해 그 활용도의 차이에 따라 수요 계층별로 이용하는 빈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디지털화 시대를 좇아가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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