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기암괴석 제단삼아… 호젓이 터잡은 공중도시

자연이 빚은 기암괴석 제단삼아… 호젓이 터잡은 공중도시

고린토에서 차로 4시간… 최대 550m 바위산과 마주해 제우스 전설깃든 신비한 자태, 미국 그랜드캐년과 닮아

  • 승인 2011-07-04 14:01
  • 신문게재 2011-07-05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한성일기자의 성지순례 탐방기- 그리스와 터키를 가다] 4. 5월 25일 메테오라 수도원 순례

'메테오로스'란 원래 그리스어로 '바다에 떠있는, 공중에 떠있는'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또 현대어 '메테오로'는 '운석,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 또는 '번개와 비 등의 대기현상'이라는 뜻의 명사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어느 날 아주 화가 난 제우스신이 천계에서 던진 암석이 남겨져 메테오라가 형성됐다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풍화와 물에 의한 침식에 의해 남겨졌다는 자연현상설도 있다. 메테오라의 기암이 지상에서 떠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우연히 생겼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어 어느새 전설쪽을 믿게 된다. 그러나 기암의 정상에 있는 것은 제우스 신전이 아니라 그리스 정교의 수도원으로, 그리스인의 종교 변천이 집약돼 있다. <편집자 주>

▲ 성 스테파노 수도원 전경
▲ 성 스테파노 수도원 전경
▲바위 꼭대기에 수도원이 있는 '메테오라'를 가다=고린토에서 메테오라까지는 버스로 자그마치 4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나 그렇게 먼 곳을 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하는 곳이 바로 그리스의 메테오라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을 말하라면 누구나 메테오라를 손꼽을 정도로 메테오라의 장관은 놀랍기만 하다. 메테오라의 바위 언덕이 보이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신비로운 장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위 언덕산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나나 무스쿠리가 부르는 'Amazing grace'는 얼마나 경건하고 은혜롭게 들리던지 그녀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스 본토의 중앙에 해발 2000m급의 산들이 이어져 있는 곳이 핀도스 산맥이다.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피니오스강이 테살리아 평원에 도달하는 곳에 갑자기 기암괴석들이 나타났다. 이 기암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메테오라다. 평원을 배경으로 낮은 것은 20~30m, 높은 것은 400m나 되는 바위탑이 늘어서 있고, 그 꼭대기에는 수도원이 세워져 있다. 이 곳 수도원에서는 경건한 수도사들이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공동생활을 영위한다. 메테오라의 바위산은 금세기 초까지만 해도 계단도 없고, 사다리도 없어 산 아래쪽에서 사람이나 생활물자를 운반하는 수단은 도르래에 매달린 포대가 전부였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밧줄과 도르래를 이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었던 셈이다.

어떻게 이런 기암들이 탄생한 것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물의 침식작용이나 풍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아주 오랜 옛날, 이 지대가 호수였다는 전제에서 나온 이야기다. 기원 전후에 그리스 각지를 돌며 기행문을 남긴 스트리본과 리비이는 현재의 메테오라를 둘러싼 지역에 관해서는 정확히 기술해 놓았지만 이 기암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메테오라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돼 있고 성수기에는 하루에 20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인기 있는 곳이다. 그러나 수도사와 성직자들의 생활은 지금도 옛날과 똑같이 경건하고 조용하고 엄격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메테오라는 정확히 말하자면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 지방 북서부 트리칼라 주의 바위 기둥들과 그 위에 세워진 수도원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들이 있어 성지순례 코스에 들기도 하는 이 곳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합작품이다. 황량한 벌판에 수직으로 우뚝 솟은 바위 기둥들 자체가 놀랍고 경이로운데 그 위의 수도원들도 신비롭기만 하다. 수도원들이 좁은 바위 꼭대기에 아찔하게 서 있는가 하면 절벽 옆에 붙어 있는 형상이기도 하다.

▲메테오라는 영성의 훈련 장소=절경중의 절경인 메테오라는 영성의 훈련 장소였다. 수도원의 수도자들은 '숨어 있는 그리스도의 작은 꽃' 또는 '새'라고 표현한다. 바다보다도 더 아름다운 순명을 바치는 수도자들에게 있어서 수도원은 주님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들을 '혼자'라는 뜻의 '모노'를 붙여 '모나코스'라고 한다. 은수자들이라는 뜻이다. 이 모노라는 말에서 모노드라마, 모노폴리, 모노스같은 단어들이 파생됐다. 더 높은 바위로 올라가고자 했던 수도자들은 하나님과 인간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들이다.

수도자들은 1300년 후부터 이 곳 메테오라에 올라와 수도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24개였던 수도원은 현재 6개로 줄었다. 터키시대의 그리스도수도원은 지성인들의 산실이었다. 이 곳 수도원의 그리스정교회는 공식 언어가 헬라어였고, 정통성 있는 전교리로 수도원들을 통해 잘 유지돼 왔다. 그렇다면 성직자와 수도자의 차이는 뭘까.

성직자는 신학을 해석하고 성사 의식을 갖는 '소금'이 되어주는데 비해 수도자는 봉헌하며 기도해주는 '빛의 등대'라고 말할 수 있다. 수도회들이 메테오라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은 '하나님이 그려놓으신 작품 속으로 내가 쏙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 곳 메테오라 수도원들의 겨울 평균 온도는 5도에서 9도이다. 2월의 바람은 살 속으로 파고 든다. 수사들은 따뜻한 가슴으로 죽을 때까지 순종해야 한다. 수도원은 초울트라 엘리트들이 가는 곳으로 라틴어 공부를 해야 성직자가 될 수 있다. 종교심, 신심, 끈질긴 민족성, 성경, 성화가 필요한 곳이 바로 이 곳 수도원이었다. 1937년 그리스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 곳 메테오라는 유럽의 100대 비경중 하나인 '비쿠 협곡'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 내부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성화들이 순례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콘' 또는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성화는 구세주, 메시아를 고백하는 그림으로 제단용, 묵상용, 봉헌용이 있다. 브랜드화된 성화제작소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그리스에서는 성화가 유명하다. 성서속의 인물들을 관상대로 표시하는 성화 제작자를 일컫는 '이코니스트'는 '기도하는 사람들'로 불린다. 이 곳 성화제작소에 와보니 예수님, 성모마리아, 바오로를 비롯한 성서속의 주인공들이 성스럽고 신비롭게 이코니스트 장인들의 손에 의해 부활하고 있었다.

▲ 바위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
▲ 바위산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경
▲메테오라의 역사=메테오라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9세기경이다. 인간세계의 생활을 끊고 마을과 떨어진 산 속에서 신과의 교류를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14세기, 세르비아인이 테살리아 지방에 침입해오자 수많은 수행자들이 전란을 피해 이 메테오라로 찾아와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1356년에는 아로스산에서 성 아사나티오스가 이주해 수많은 수행자와 함께 최초의 수도원 메카인 메테오른을 건설했다. 이것을 계기로 몇 개의 수도원이 더 지어졌고 가장 전성기인 15~16세기에는 그 수가 24개에 달했다. 수도원은 대대로 국왕의 보호를 받아 그리스정교의 성지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그 후 수도사의 수가 줄어들자 수도원의 수도 줄어 지금은 6개가 남아있을 뿐이다.

▲ 메테오라, 어떻게 다닐까=메테오라는 각 수도원의 개관 시간과 휴일을 잘 알아보고 다녀야 한다. 대부분의 수도원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문을 닫는다. 한여름이라도 수도원 내에서는 소매 없는 옷이나 반바지, 미니스커트 등 피부를 노출한 차림새는 엄금한다. 여성은 바지차림으로 들어갈 수 없고, 어느 수도원에서나 치마 대용으로 보자기를 빌려준다. 그래서 반바지 차림이었던 필자도 수도원에서 빌려준 보자기를 치마처럼 허리에 묶고서야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 수도원 내에서는 사진, 비디오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메테오로스'란 원래 그리스어로 '바다에 떠있는, 공중에 떠있는'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다. 또 현대어 '메테오로'는 '운석,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 또는 '번개와 비 등의 대기현상'이라는 뜻의 명사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어느 날 아주 화가 난 제우스신이 천계에서 던진 암석이 남겨져 메테오라가 형성됐다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풍화와 물에 의한 침식에 의해 남겨졌다는 자연현상설도 있다. 메테오라의 기암이 지상에서 떠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우연히 생겼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어 어느새 전설쪽을 믿게 된다. 그러나 기암의 정상에 있는 것은 제우스 신전이 아니라 그리스 정교의 수도원으로, 그리스인의 종교 변천이 집약돼 있다.

/그리스 메테오라=한성일 기자 hansung007@


<관련 기사>
•하늘·땅 경계에 선듯… 장고한 세월 지켜낸 '영성 훈련소'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107040036

•김정수 신부의 순례 단상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10704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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