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 '노인 취업' 는다

자의반 타의반 '노인 취업' 는다

'자식 용돈 싫어' 경제활동 적극 홀로서기 선언 일부 가계 빚·생활비 마련 위해 재취업 내몰려

  • 승인 2011-06-21 18:08
  • 신문게재 2011-06-22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 쉴 수 없는 노인들]

20일 오전 8시 도시철도 대전시청역에서 방향을 묻는 시민들을 안내해주는 이유현(78)씨는 고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2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을 키워 품 밖으로 내보낸 그는 자녀들이 내미는 용돈에 손사레를 친 뒤 직접 생활비를 보탤 생각에 지난 4월 이곳에 취업했다.

▲ 자녀의 용돈을 거부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안내도우미로 취업한 이유현씨가 도시철도 대전시청역에서 시민에게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 자녀의 용돈을 거부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안내도우미로 취업한 이유현씨가 도시철도 대전시청역에서 시민에게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이씨는 “교육비 등 생활비가 만만치않은데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직업을 구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도 도로 환경미화 작업을 하면서 꾸준히 돈을 벌어왔다”고 말했다.

핵 가족화·고령화 시대 속에서 노인들이 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생활고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추구하려는 노인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지원센터를 통해 취업한 65세 이상 노인은 3만5749명에 그쳤지만 2008년에는 3만8197명, 2009년엔 4만190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대전도 2007년 769명에서 2008년 848명, 2009년 958명으로 늘었으며 충남도 2007년 2309명에서 2008년 2463명, 2009년 2824명으로 증가세다.

핵 가족화 등 가족 해체가 가속화 하는 가운데 퇴직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숨가쁜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같은 경제여건으로 노인들은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기도 한다.

지난 3월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현 교수가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 자살의 역학적 특성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77명으로 지난 1990년 14.3명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훈(62)씨는 요즘 자녀를 분가시킨 뒤 가계빚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시기사가 될 생각으로 자격시험을 준비중이다.

박씨는 “경제난에 상가 점포를 정리했지만 대출금이 남아 여러모로 갚기가 여의치 않고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기에도 처해봤다”며 “몸이 불편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 때 벌 생각으로 택시운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들이 경제활동에 나서는 것을 단순히 어려워진 경제여건 때문으로만 단정지을 수도 없다. 핵가족 시대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실제 나이보다 젊다고 생각하면서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교보생명이 시니어파트너즈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4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 기준 나이를 69.3세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도출됐다.

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본인 실제 나이보다 평균 7.7세가 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노인들의 인식은 사회참여 기회가 확산되고 있고, 평균수명 증가로 실제 나이보다 젊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니어 그룹이 꾸준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의 2009년 사회통계 조사결과에서도 노인 단독세대는 1994년 42.7%에서 57.7%로 늘었다. 또 자산소득자는 10.5%에서 15.4%로, 연금소득자는 2.9%에서 21.4%로 10배 가량 증가하는 등 노인의 경제적 독립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노병일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직장을 구하는 노인들의 의식이 달라지는 데 비해 실제 직업 자체는 급여나 그 의미에서 수준이 낮다”며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정부의 정책 역시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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