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통과의례 아냐” 소리없는 외침

“결혼, 통과의례 아냐” 소리없는 외침

작년 초혼 男 31.8 女 28.9세… 전년비 0.2년 늦어져 예식도 허례허식 탈피 '실속 위주' 문화로 옮겨가

  • 승인 2011-06-07 17:54
  • 신문게재 2011-06-08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돋보기- 결혼은 선택?]

증권회사 컨설턴트 이신우(36)씨는 결혼을 전제로 1살 연상인 남자친구와 교제해온지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씨가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자 남자친구와의 말다툼이 잦아졌다. 해외 연수를 다녀올 계획까지 세웠던 이씨에게 남자친구는 이별을 예고하며 엄포를 놓고야 말았다. 이씨로서는 결혼과 자신의 이상실현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젊은층에게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의 시대가 됐다. 경제적·사회적인 이유로 결혼 자체를 '현실과의 타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 등 결혼이 인생의 필수조건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해를 거듭해갈수록 미혼 남녀의 초혼 시기가 늦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평균연령이 남성은 31.8세, 여성은 28.9세로 각각 전년 대비 0.2년씩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전인 2000년에 비해서는 초혼 평균연령이 무려 2.4~2.5년이나 늦어진 것이다.

웨딩업계에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뒤 결혼하려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상 실현에 대한 욕구 역시 초혼연령을 늦어지게 하는 이유로 손꼽고 있다. 결혼 이후의 직장 문제 역시 여성들에게는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걱정거리다.

결혼을 인생의 반려자를 찾아 삶을 안정시키는 중요한 과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하나의 골칫덩이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식마저도 이같은 인식을 반영하듯 기존 틀에서 벗어나 실속있고 간략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초 박영진(32)·김지연(30) 커플은 주례없는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의 종교가 기독교와 불교로 종교가 달라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 낫겠다고 판단해서다. 시아버지의 성혼선언문 낭독과 양가 부모의 덕담으로 주례사를 대체했다.

지난달 결혼한 윤예진(28)씨는 기존 예식방법에서 탈피해 외국 영화에서 보던 하우스웨딩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펜션사업을 겸하고 있는 공주 반포면 자택의 정원에 웨딩 꽃장식 등을 꾸며 지인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허례허식을 탈피했다.

고은경 듀오웨드 실장은 “최근의 결혼식 트렌드를 살펴보면 형식을 따르기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경향이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허례허식이 아닌, 실속 위주의 결혼식으로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결혼을 실속 위주로 진행하고 인생의 선택 요소로 바라보는 젊은세대의 경향이 가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취업난·입시난에 내집마련의 어려움 등에 따른 젊은세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 출산이 지연되면서 가족 구성원의 의미가 퇴색하고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선영 대전시건강가정지원센터 결혼교육 담당은 “예비부부들을 보더라도 적령기가 됐다거나 혼전 임신 등 결혼이유에 대해서는 알지만 결혼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결혼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등 많은 커플들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가정을 꾸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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