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부모들은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정부의 정책을 성토했고, 체육계 관계자들은 무더위를 넘어 소년체전 폐지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대부분 체육계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귀결됐고,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탁상행정'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학습권 보장 의미 있었나?=당초 5월에 열리던 대회가 8월로 옮겨진 것은 학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수업결손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학기 중에 열리는 대회보다는 방학 중 열리는 대회가 수업 결손이 적어 보이지만 실상 학부모들은 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수업결손이 더욱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통해 만난 선수들은 5월 체전보다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부터 대회 당일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방학 때 대회를 개최한다고 수업결손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학부모는 “결국 운동이라는 공부를 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학습이라는 공부를 명분으로 고통을 준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8월 체전은 체육이라는 학습을 여름철 물놀이 정도로 업신여긴데 따른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체육도 모른 채 탁상공론 할 거면 모든 권한을 대한체육회나 경기단체에 넘기는 것이 옳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일단 '하고 보자'식=사실 이런 결과가 예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엘리트 체육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체육계는 당초 여러 면에서 8월 체전을 필두로 한 소년체전 폐지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었다.
체육계는 엘리트 선수 발굴·육성의 어려움과 학교체육 와해 등 여러 측면에서 소년체전 폐지가 체육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재검토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8월 체전을 관철시켜버렸다는 것이 체육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역의 한 체육계 인사는 “정부에서 '왜 해보지도 않고 문제를 제기하느냐', '일단 해보고 보완하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니 체육계에서도 딱히 대응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그나마 큰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재정이나 운영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중 현장을 찾은 한 국회의원은 “오히려 수업결손 문제가 크고, 훈련비도 많이 들어가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는 만큼 방학 중 개최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내년부터 이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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