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권 보장하다 선수들 잡을뻔

  • 스포츠
  •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수업권 보장하다 선수들 잡을뻔

<소년체전, 이대로는 안된다> 1. 동심에 상처, 가혹한 소년체전

  • 승인 2010-08-16 18:27
  • 신문게재 2010-08-17 1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제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무사히 막을 내렸지만 뒷맛이 썩 개운치 않다.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소년체전의 개최시기가 혹서기인 8월로 옮겨진 탓에 각계에서는 정부 방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고, 정부의 소년체전 폐지 움직임에 대한 체육계의 우려도 표면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소년체전의 체질개선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도마 위에 오른 만큼 본보는 ‘소년체전 이대로는 안 된다’ 시리즈를 통해 이번 소년체전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원인, 해결방안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앉아 있기도 힘든데 뜀박질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소? 대체 뭐 하자는 건지 참….”

남중부 육상 200m 예선경기 도중 한 선수가 고통을 호소하며 트랙 위에 쓰러지자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학부모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찼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경기장에 사력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었다면, 관중석에는 그런 자식들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부모들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렇듯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8월 소년체전은 이번 대회의 최대 화두가 됐다.

▲경기력 저하=8월 찜통더위 속 경기는 야외경기와 체급경기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진을 뺀 선수들은 정작 본 경기에서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간간이 신기록이 나오던 육상 트랙경기의 경우 지난해 6개의 신기록이 달성됐지만, 올해는 단 하나의 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체급경기 선수들은 하나같이 '체중조절'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3월 계체량 이후 5개월 동안 체중조절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으면서 지역교육청과 체육회가 예상한 금메달 기대주도 상당수가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무더위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으면서 경기력이 약해져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기방식 개선=일부 경기에 한해 실시됐던 추첨 방식에 대한 개선 여론도 높았다.

이번 대회 야구 예선전에서는 우천 시 추첨 방침에 따라 대구남도초와 상인천초, 울산대현초, 순천이수중, 부산개성중이 추첨 패를 당해 경기도 한 번 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 학부모는 “종이 한 장으로 승패를 결정짓게 한다는 사실에 불노가 치밀어 이틀 밤을 잠조차 잘 수가 없었다”며 “그간의 노력은 오간데 없고 패자의 더그 아웃을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린 것은 어린 마음에 커다란 상처와 멍에를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소년체전이 분노와 상처뿐인 대회로 전락했다”며 “이럴 바엔 아이들을 힘들게 훈련시킬 것이 아니라 감독님들 제비뽑기 전지훈련을 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반문했다.

▲소년체전은 민원체전?=이번 소년체전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 만난 학부모와 관계자들은 소년체전의 개최시기와 운영방식 등에 상당한 반감을 표출했다.

실제로 체전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80여 건의 민원이 올라와 있으며, 혹서기 개최와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추첨 등 경기운영, 안전사고 예방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번 체전은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 아래 최악의 조건에서 이뤄진 부적절한 학습”이라며 “수능시험 언어방송에는 비행기도 못 뜨게 하고 차량경적도 못 울리게 하는데 이런 폭염과 장마의 계절에 운동 시합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강순욱 기자 ksw@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미분양 7월 기준 4216세대 '작년말보다 4배 증가'
  2. [경찰의 날] 쉴틈 없는 지구대의 밤…실종자 찾아 '삼만리'
  3.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사업' 2028년 준공위해 순항
  4. CJ그룹과 자회사 TVING, 동성애 미화 .조장하는 드라마 방영 계획 철회 촉구 규탄 기자회견
  5. 사망사고 급발진 주장 운전자, 브레이크 안 밟았다 '무죄→금고1년'
  1. 줄어드는 민생 치안 최전선 지역경찰…업무과중 문제 화두
  2. [국감현장] 충청 시도교육청 AI 디지털교과서 '우려'… 특수학교 통학 거리·보건교사 수업 문제도
  3. [국감현장] 충남대 글로컬30 미선정·부동산 관리 도마 위… 충북대 의대증원 집중포화
  4.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각급 위원장 임명… "다양한 시민 목소리 반영"
  5. [LINC3.0사업단 특집- 한남대] 기업가형 대학, 지산학협력으로 창업기업 경쟁력 앞장

헤드라인 뉴스


정년 65세 시대 개막… 지역 경제계는 `기대반 우려반`

정년 65세 시대 개막… 지역 경제계는 '기대반 우려반'

대전 경제계가 행정안전부와 소속기관 공무직 근로자 만 65세 정년 연장을 두고 기대와 우려를 나타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시대적 흐름이라면서도, 산업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서울청사와 세종청사 등 전국 정부청사 환경 미화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 2300여 명에 대해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한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인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 확..

대전 바이오 성장세에 `원촌 바이오 혁신지구` 관심집중
대전 바이오 성장세에 '원촌 바이오 혁신지구' 관심집중

알테오젠의 코스닥 시총 1위, 리가켐바이오의 약진 등 대전 바이오가 주목을 받으면서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조성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 조성사업'은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이 2028년 금고동으로 이전됨에 따라 현 부지 총 12만 2000평(40만4334㎡)에 사업비 4515억 원을 투자해 첨단바이오메디컬 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키고자 하는 사업이다. 현재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은 공정률 15%를 보이면서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첨단바이오메..

[충남아산FC, 승격원년 준비] 구단 최고성적 확정적… 이젠 직행 노린다
[충남아산FC, 승격원년 준비] 구단 최고성적 확정적… 이젠 직행 노린다

충남아산FC가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사상 첫 승격전 진출까지 가시권에 두게 됐다. 구단은 사실상 플레이오프는 안정권으로 확보한 상태에서 승격으로 직행하는 리그 1위까지 돌풍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충남아산FC는 10월 20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경기에서 3대 2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리그 2위 자리를 고수했다. 이날 경기에서 선제골 이후 두 골을 연달아 내주며 역전당했지만, 후반전 이학민의 멀티골로 중요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먼저, 이번 시즌 충남아산FC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경찰청,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 배춧값 강세에 절임배추 사전예약 경쟁 치열 배춧값 강세에 절임배추 사전예약 경쟁 치열

  • 살고 싶은 서천의 매력에 반한 캠퍼들…서천 힐링캠프 ‘성료’ 살고 싶은 서천의 매력에 반한 캠퍼들…서천 힐링캠프 ‘성료’

  •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