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기도 힘든데 뜀박질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소? 대체 뭐 하자는 건지 참….”
남중부 육상 200m 예선경기 도중 한 선수가 고통을 호소하며 트랙 위에 쓰러지자 경기를 지켜보던 한 학부모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찼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경기장에 사력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었다면, 관중석에는 그런 자식들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부모들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렇듯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8월 소년체전은 이번 대회의 최대 화두가 됐다.
▲경기력 저하=8월 찜통더위 속 경기는 야외경기와 체급경기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대회 준비과정에서 진을 뺀 선수들은 정작 본 경기에서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간간이 신기록이 나오던 육상 트랙경기의 경우 지난해 6개의 신기록이 달성됐지만, 올해는 단 하나의 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일부 체급경기 선수들은 하나같이 '체중조절'에 대한 고통도 호소했다. 3월 계체량 이후 5개월 동안 체중조절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으면서 지역교육청과 체육회가 예상한 금메달 기대주도 상당수가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무더위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으면서 경기력이 약해져 변수가 많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기방식 개선=일부 경기에 한해 실시됐던 추첨 방식에 대한 개선 여론도 높았다.
이번 대회 야구 예선전에서는 우천 시 추첨 방침에 따라 대구남도초와 상인천초, 울산대현초, 순천이수중, 부산개성중이 추첨 패를 당해 경기도 한 번 치러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 학부모는 “종이 한 장으로 승패를 결정짓게 한다는 사실에 불노가 치밀어 이틀 밤을 잠조차 잘 수가 없었다”며 “그간의 노력은 오간데 없고 패자의 더그 아웃을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린 것은 어린 마음에 커다란 상처와 멍에를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할 소년체전이 분노와 상처뿐인 대회로 전락했다”며 “이럴 바엔 아이들을 힘들게 훈련시킬 것이 아니라 감독님들 제비뽑기 전지훈련을 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반문했다.
▲소년체전은 민원체전?=이번 소년체전 기간 동안 경기장에서 만난 학부모와 관계자들은 소년체전의 개최시기와 운영방식 등에 상당한 반감을 표출했다.
실제로 체전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80여 건의 민원이 올라와 있으며, 혹서기 개최와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추첨 등 경기운영, 안전사고 예방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번 체전은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 아래 최악의 조건에서 이뤄진 부적절한 학습”이라며 “수능시험 언어방송에는 비행기도 못 뜨게 하고 차량경적도 못 울리게 하는데 이런 폭염과 장마의 계절에 운동 시합은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고 반문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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