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전통손두부 군침이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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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전통손두부 군침이 ‘모락모락’

[맛있는집] 모리 추어탕

  • 승인 2007-02-13 00:00
  • 신문게재 2007-02-14 11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3대째 이어온 80년 역사의맛
모리동동주·추어튀김도 별미
“어머니 손맛보러 꼭 오세요”


"어릴적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시던 바로 그 손두부를 떠올리게 한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것이 옛고향의 정겨움을 그대로 안겨주는 것 같습니다"

자칭 단골이라는 한 중년손님이 손두부 한 조각을 젓가락으로 치켜들며 외쳤다. 그는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점으로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모리 추어탕을 꼽았다.

그는 어릴 적 잠이 덜 깬 이른 새벽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마당 한 구석에서 어머니가 소금물로 간수를 들이며 손수 두부를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고 한다. 두부에서 나오는 김이 차가운 새벽공기를 나무라듯 휘익 저으며 올라오는 것이 어머니를 선녀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는데...

기억속에서 잠자고 있는 어머니의 그 손두부 맛을 느끼기 위해 모리 추어탕을 찾는다는 그 말에 손두부를 빨리 맛봐야 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모리 추어탕. 모리(募里)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을 의미한다. 이렇게 손님들의 발을 이끄는 것은 단연 `손두부` 덕택이다.

이 손두부의 맛은 3대째 이어온 8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강순희 모리추어탕 대표는 이 맛이야말로 `진한 역사의 맛`이라고 자부한다.

80여년 전 강 대표의 시할머니는 손수 만든 두부를 직접 머리에 이고 팔았다고 한다. 강 대표의 시어머니를 거쳐 전수된 손두부의 `맛`은 천연의 단백한 콩 맛과 어울어져 입 안에서 진하게 여운을 남겨놓는다.

직접 담궜다는 김치 한 조각에 손두부를 싸고 한 젓가락 입안에 넣었다. 진한 역사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 눈을 지긋이 감아보았다. 김치 안에서 씹히는 두부의 육질이 그대로 느껴졌다. 혀를 통해 느껴지는 손두부는 꾸미지 않은 우리네 고유의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입안에서 뽐냈다.

순두부에 걸맞는 `모리 동동주` 맛을 보고 가지 않는다면 헛걸음한 것이다. 순두부의 역사에 버금가는 모리동동주는 첫 맛의 톡톡 쏘는 듯한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잔 밑에서부터 우러나는 진한 누룩 향으로 애주가(?)들의 마음을 훔칠만 하다.

별미인 추어튀김은 그 빛깔만큼이나 맛도 특이하다. 처음 접시에 수북하게 올려진 것이 마치 풋고추를 튀겨놓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강 대표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튀겨놓은 것은 미꾸라지였다.

그러나 푸른 빛을 띄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깻잎을 갈아 놓은 것이다. 우선 미꾸라지에 튀김가루를 입히고 한번 튀기고 난 뒤 깻잎가루를 묻혀 다시한번 튀겨 `두번 튀긴 추어`가 된 것이라고 한다. 깻잎 고유의 향으로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없애 입안에서의 부담이 줄어든다.

강순희 모리추어탕 대표는 "화려한 맛은 없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다시 찾는다는 말 한마디를 듣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면서 시골어멈같은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대전에서 가장 치열한 둔산 한바닥에서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순박한 음식점을 찾았다는 기쁨에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484-6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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