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의 바다, 그 속살은 싱싱하다

묵언의 바다, 그 속살은 싱싱하다

  • 승인 2006-12-13 00:00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서해낙조에 물든 추억은 노을빛
소문난 천북에서 굴맛에 빠지고
인적드문 해안 갯것들을 만난다


유난히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눈 덮인 백사장, 입김을 내뿜는 기러기 떼….
이 모든 겨울바다의 풍경들이 늘 익숙하다. 매년 겨울을 맞으며 봐왔던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필자의 고향이 바닷가라서 눈이 시리도록 그 풍경을 지켜왔다고 해야 옳을 듯 하다. 그래서 더욱 겨울 바다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바다=여름’이라는 편견을 가진 독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우선 ‘겨울바다는 쓸쓸하기만 하다’는 일종의 선입견을 버리자. 눈 쌓인 백사장을 걸어보았는가? 검은 바다이기 때문에 더욱 화려해 보이는 서해안의 겨울 낙조를 본적이 있는가? 제철의 신선한 겨울 해산물들을 맛보았는가? 이 모든 것을 경험해봤다면 겨울 바다 여행을 ‘강추’하는 마니아가 될 것이다.


▲먹거리 따라가는 겨울바다여행


머드축제의 명성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보령 천북면 오천항.

같은 충청도 사람이라도 보령에 오천항이 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하는 작은 항구이지만 이곳의 겨울 바다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작은 항구이지만 빼어난 절경과 겨울철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어서 눈과 입이 즐거운 여행지기 때문이다.

보령시 오천면에 가면 오천성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이곳으로 봄 소풍을 갔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봤던 보령 방조제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련하다. 조선 중종때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방어의 느낌보다는 오천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역할이 더욱 크다.

오천성에서 항구로 내려가면 곳곳에서 생소한 먹거리가 보인다. 바로 키조개다.
과거 키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하고 그물 잡이가 어려워 스킨스쿠버들이 직접 물질을 해서 채취했던 귀한 조개였다. 물량이 부족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던 조개인 만큼 ‘비싸고 귀한’ 조개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키조개를 초등학교 시절 이곳으로 봄 소풍을 갔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봤던 보령 방조제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련하다. 조선 중종때 서해안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방어의 느낌보다는 오천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역할이 더욱 크다.

오천성에서 항구로 내려가면 곳곳에서 생소한 먹거리가 보인다. 바로 키조개다.
과거 키조개는 양식이 불가능하고 그물 잡이가 어려워 스킨스쿠버들이 직접 물질을 해서 채취했던 귀한 조개였다. 물량이 부족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던 조개인 만큼 ‘비싸고 귀한’ 조개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키조개를 쉽게 맛볼 수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키조개를 일인당 1만원 정도면 부담 없이 즐긴다. 키조개는 회, 무침, 전, 죽, 샤브샤브, 튀김 등 다양하게 조리해 맛볼 수 있으며 신선한 서해안 미역에 키조개를 띄운 미역국도 별미다.

오천항 인근에는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굴구이 마을이 유명하다. 100여곳이 넘는 굴구이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사랑의 묘약’이라 했고 ‘바다의 우유’라고 일컬어지는 굴은 12월 보령에선 제철을 맞는다. 여기저기 연탄불에 둘러앉아 ‘장비’인 목장갑과 집게를 들고 굴을 구워먹는데 향긋한 굴구이 냄새와 펑펑 터지는 소리가 이색적이다.

12월 초 굴구이 축제가 열리지만 축제기간을 피해가는 것이 인근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 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찬바람이 불면 굴 구이의 맛은 더욱 운치가 있다. 연탄불에 터지는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굴은 특유의 짭짜롬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의 운치는 안면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과 꽃 축제를 통해 유명세를 탄 곳이 있다. 바로 안면도. ‘편안하게 잠자는 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겨울에 찾으면 더욱 운치가 있는 곳이다.

자연휴양림과 곳곳에 아름다운 펜션이 즐비해 바닷가를 찾는 낭만과 함께 일석이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꽃지 해수욕장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많은 펜션과 민박들이 있다. 겨울철 눈과 어우러진 풍경들은 외국의 사진에나 나옴직한 멋있는 광경을 자랑한다. 바닷가 어딜가도 찾아볼 수 없는 송림이 안면도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덕분이다.

푸른 송림위에 눈이라도 덮인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운치를 선보인다. 일몰 사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꽃지 해수욕장의 낙조. 해질녘이 되면 서해안 일몰이 보여주는 오렌지 빛의 하늘은 관광객들에게 오랜 추억을 선물한다.

누군가 서해안의 밀물과 썰물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고 표현했다.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인간의 일상적 삶이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는 서해안의 밀물 썰물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면도에는 이름이 재미있는 해수욕장들이 많다. 유명해진 꽃지 해수욕장 외에도 샛별 해수욕장, 장돌, 바람아래, 두에기 해수욕장 등 정감가고 낭만적인 해변이 많다.

겨울 바다여서 현주민 외에 인적이 드물어 더욱 편안한 여행을 만끽할 수 있으며 조용한 바닷가에서 웅장한 겨울바다의 파도소리와 바람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해산물 채취와 바다낚시



겨울 바다여행하면 직접 체험하는 바다낚시와 해산물 채취를 빼놓을 수 없다.

보령 남포방조제 남쪽 끝의 용두해수욕장에 가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해산물을 직접 채취할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 적극 추천한다.

길이 1km가 넘는 백사장은 조개로 만들어진 고운 모래가 인상적이다. 인적이 드물어 자연적 조건이 뛰어나고 갯벌에서 직접 할 수 있는 해산물 채취의 재미가 쏠쏠하다. 맛소금만 있으면 맛좋은 맛살을 누구나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맛살이 숨을 쉬기 위해 내놓은 숨구멍에 맛소금을 뿌리면 금세 맛살이 밖으로 튀어나온다. 재미있는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맛살을 잡다보면 어느덧 시간가는줄 모른다. 가족끼리 잡은 맛살을 구워먹는 재미도 대단하다.

물이 많이 빠지는 시기인 사리때 이곳을 찾으면 낙지, 조개 등 갖가지 해산물을 직접 잡을 수 있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배를 타지 않고 물이 많이 빠졌을 때 해변에서 가벼운 차림으로 낚시가 가능하다. 우럭과 놀래미 등 자연산 고기들을 특유의 바다낚시 손맛으로 즐기는 묘미도 경험해볼만 하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풍부한 먹거리와 체험거리가 많은 서해안 겨울 바다 여행은 독자들의 지친 마음을 충분히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의 번잡한 바다 보다 한적한 겨울의 바닷가의 매력 속으로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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