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창밖 그리움과 마주치다

달리는 차창밖 그리움과 마주치다

향수의 정차지 ‘연산역’

  • 승인 2006-09-14 00:00
  • 조양수 기자조양수 기자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
역이지만 불완전해 제역할을 못해도
길 떠난 이들의 스산함을
잠시 위로해주는 삶의 정거장







기차는 그리움이다. 7080 세대들에게는 기차는 농촌마을의 가난과 도회지를 향한 동경이 느껴지는, 어쩌면 대청마루에서 어머니 품에서 낮잠을 청하는 휴식처 같은 행복의 그리움일 것이다.

기차는 무작정 상경과 도시생활의 고단함, 그리고 씁쓸하거나 혹은 자랑스러운 귀향으로도 기억된다. 때론 ‘떠남’과 ‘돌아옴’의 기적을 울리며, 추억의 고향을 실어나르는 기차에 무작정 몸을 맡기고 싶을 때가 있다.

대전 근교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두계역과 연산역이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삶과 따뜻한 연민의 정이 머무는 그리운 간이역, 어쩌면 여행객들의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철도여행의 별미였을지 모른다. 사실 지난 30년전만 해도 두계역과 연산역은 길 떠난 이들의 스산함을 잠시 위로해주는 삶의 정거장이나 마찬가지 였다.

특히 계룡산과 대둔산의 분수령인 남단에 위치해 있고, 전국 대추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연산역은 모든 길 떠난 이들에게 잠시나마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휴식처 같은 곳이었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나 새마을호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그 그리운 간이역을 찾아본다.




▲여행객의 낭만과 향수 자극= 오후 4시 서대전역을 출발해 가수원~흑석리~계룡을 거쳐 연산역에 정차하는 호남선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평일 인데도 열차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늙수그레한 모습의 한 50대 남성은 열차를 탄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조그만 비닐봉지에서 꺼내든 삶은 달걀로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는 듯 했다.

10년 만에 딸 집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그는 “거리상으론 가까운데 마음처럼 (딸 집에 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사실 패스트푸드가 많은 요즘 사이다와 달걀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차를 버리고 이렇게 열차에 몸을 내 맡기고 가는 즐거움은 초로의 마음엔들 다를리야….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창문 사이로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흑석리역이 보인다.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 ‘역이긴 하지만 그 기능이 불완전해 역이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는 역’이란 느낌이다. 마치 오래도록 잊고지냈던 지난 날의 필름을 천천히 되돌리려는 것처럼….



“KTX를 먼저 보내고 계룡역에서 10분간 정차하겠습니다”란 안내방송이 나온 후 15분 만에 연산에 도착했다.

눈에 띄는 것이라곤 열차를 기다리는 의자 몇 개에 단층짜리 역사가 전부다. 몇안되는 역무원이 3조 2교대로 역을 지킬정도로 규모도 작다. 연산역에서 대추시장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늙수그레한 가게 주인이 라면을 끓이다 말고 사람 좋게 웃으며 “뭘 찾으세요?” 물으며 반겨주는 모습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연산시장에서 계룡역까지 가는 국도변에는 개태사가 있다.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후 후백제를 평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약 4년간에 걸쳐 축조된 개태사에는 집 떠나는 아들을 위해 빌었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잠시후 계룡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변 볼거리= 600개가 넘는 전국 기차역 가운데 간이역은 2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신도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계룡역(옛 두계역)은 1911년 7월 20일 개설돼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은 3군 본부가 위치해 있는 군의 요충지로 한해 동안 30만명의 여객수송을 담당하고 있다. ‘연산역’은 계룡역의 다음 역이다. 연산역에는 등록문화재 제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이 있다. 이 급수탑은 지난 1911년 대전∼연산간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돼 60여 년간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전국적으로 철도가 부설되면서, 당시 주요 역마다 기관차 급수시설을 설치했었다.

하지만 충남에는 서대전과 강경역에 설치됐던 급수탑이 30년 전에 철거되면서 현재는 이곳이 유일하다. 연산역은 전국대추 생산량이 약 40%로 주요집산지이기도해 추석과 설날때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 연산은 대추로 유명하다. 연산역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대추시장.
▲ 연산은 대추로 유명하다. 연산역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대추시장.
▲ 60년간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한 연산역 급수탑.
▲ 60년간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한 연산역 급수탑.
▲ 고려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평정한후 창건한 개태사.
▲ 고려태조 왕건이 후백제를 평정한후 창건한 개태사.
▲ 계룡역 기념비
▲ 계룡역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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