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追憶)’은 ‘지나간 일이나 가버린 사람을 돌이켜 생각’ 한다는 뜻이기 때문. 대부분 자신의 어린날의 추억, 학창시절의 추억, 첫사랑의 추억 같은 특정한 그리움 같은 것. ‘살인의 추억’은 살인의 자리에 내가 있든지 나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어법과 환경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살인’은 추억하는 일도,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추억할 만한 어떤 시기나 특정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살인에 연관된 당사자 가족의 가슴 아픈 기억을 되살릴 뿐 이었다.
‘추억’은 어느 시기와 장소에서 내가 누구의 추억을 회상(回想)하냐는 것. 결국 영화 ‘살인의 추억’은 여성을 성폭행하고 흔적없이 사라진 ‘살인행위에 대한 추억’이고 ‘살인자 자신의 음습한 추억’이 있을 뿐. 영화 ‘살인의 추억을 살펴보면 살인자나 살인한 용의자는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이와 관련된 몇몇 살인 용의자답지 않은 그들(?)과 이들을 수사에 초점을 맞춰가는 형사들의 고뇌가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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