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액터’ 세상… 상상이 현실로

‘디지털 액터’ 세상… 상상이 현실로

영화 속 숨은 과학 ‘애니매트로닉스’

  • 승인 2006-09-01 00:00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 영화 '한반도'의 CG작업 과정
▲ 영화 '한반도'의 CG작업 과정
실제 모형없이 CG기술로만 사실감 극대화
괴물.한반도 등 국내영화 다양한 접목 시도
이소룡처럼 죽은 배우 섭외(?)도 가능해져



지난 77년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테그놀로지(technology)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 한다’는 공식을 만든 대표적인 영화다. 특히 ‘스타워즈 에피소드3’은 2300여 장면을 컴퓨터 그랙픽(CG)으로 작업했다. 특수 효과가 많기로 유명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1200장면)의 2배에 달할 정도였다. 이처럼 첨단 문화 자체가 인문학적 지식과 첨단 과학적인 요소가 함께하면 진정한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는 시점이다.

최근 한국영화사상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돌파로 떠들썩한 영화 ‘괴물’도 문화에 과학을 입힌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 흥행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감 있는 괴물도 중요한 요소이다. 괴물을 탄생시킨 과학의 힘, 영화 속에 녹아있는 과학을 알아보자.





▲애니매트로닉스, 허상을 실제로=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은 실제 모형도 없다. 합성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 마치 손으로 만지면 실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애니매트로닉스의 쾌거다.

애니매트로닉스는 애니메이션(Animation)과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를 합성한 단어다. 영화`애니메이션` 드라마 `CF 등에 사용돼 사실감을 높이는 특수효과 기법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인 ‘킹콩’, ‘쥬라기 공원’ 등의 영화도 이 기술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킹콩 초기작의 경우 사람이 인형을 뒤집어 쓰고 연기를 해 번거롭고 사실감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자연스럽게 날아다니는 슈퍼맨이나 생동감 없이 거미줄을 타는 스파이더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영화의 최근작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영화 괴물에서도 애니매트로닉스의 힘은 컸다. 애니매트로닉스가 가장 많이 사용된 부분은 바로 괴물의 입. 괴물이 사람을 삼키거나 뱉을 때 주로 이 기술이 사용됐다.

물론 배우들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있는 듯 연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효과업체 퓨처비전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일으키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괴물이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드럼통을 정해진 각도로 빠뜨린 뒤 애니매트로닉스를 통해 구현하면 정말 괴물이 자연스럽게 물속에 빠지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역대 영화 중 애니매트로닉스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다.





▲죽은 배우 주인공 등장 영화도 기대=지난 2001년 8월, 국내 한 영화제작사가 이소룡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6번째 영화 ‘드래곤 워리어’를 만든다는 뉴스가 나왔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소룡의 생전 모습을 완벽하게 복원,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술적 한계로 당시에는 쉽지 않는 게 현실. 결국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등장하는 골룸도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만큼, 이소룡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골룸과 이소룡을 영화속에서 구현하는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골룸은 캐릭터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애니메이터에 의해 상당 부분 표정과 몸동작이 조작되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액터(배우)가 아니다. 또 괴물인 골룸은 피부가 반투명에 가까워, 섬세한 피부와 잔주름까지 지닌 살아 있는 사람의 겉 모습과는 다르다. 반면 이소룡이 영화에서 다시 주연을 맡는다면 감독의 연출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표정연기를 해내야 한다. 스스로 수만 가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진정한 디지털 액터로서 재탄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이소룡의 모습을 앞으로 어쩌면 영화 속에서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과학기술부는 정부 주도로 디지털 액터 제작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사업은 내년 1월부터 본격화 된다. 디지털 액터는 말 그대로 디지털 배우다. 실제 배우와 동일한 수준의 외형과 동작을 가진 컴퓨터 그래픽 영상 캐릭터로 중공군이 산을 뒤덮으며 새카맣게 몰려오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군중 신(scene), 동해에서 긴박하게 대치하는 ‘한반도’의 해군 군함들,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여주인공 엄정화의 신들린 듯한 연주 등이 선보였다.

스크린 위에 비춰지는 현실을 닮은 환상이라면, 최근 영화들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CG기술. 그리고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한국 영화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발전이 이제는 그 중심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과학기술부 주도로 범 정부적으로 연구개발`실용화`수출을 지원하는 300억원 규모의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 사업과제’에 선정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 액터’팀의 정일권 박사(36)는 “곧 개봉할 역사 판타지물 ‘중천’에서는 실제 배우가 힘든 고난이도의 스턴트 장면을 ‘디지털 액터’가 소화한다”며 “우리 기술로 완성된 영화가 미국의 멀티플렉스에 내걸리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반지의 제왕’시리즈로 단번에 세계 최고의 CG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뉴질랜드 웨타 스튜디오를 따라잡는 것도 꿈은 아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CG작업 과정
▲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CG작업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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