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길은 ‘안전’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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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곳곳 시각 장애물… 보행사고 속출

  • 승인 2006-08-31 17:58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충남경찰 교통안전설계기법 개발 ‘시야 확보’
대전서남부권 2009년 183만평 첫 적용키로



누구나 한 번쯤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람 키보다 높은 교통신호기 등 교통시설물에 시야가 가려 직진차량이 안 보였던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되는 것은 시설물 설치 시 높이, 크기 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등 교통안전과 관련된 현행법규의 미비점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남지방경찰청 교통계 직원이 새로운 교통안전 도시설계 기법(TSCD)을 연구, 서남부권 도시설계 시 반영될 예정으로 있어 눈길을 끈다. 위험천만한 횡단보도 실태와 그 이유, 교통안전 분야의 신(薪) 설계기법인 TSCD에 대해 알아봤다.



대학원생 박재완(29)씨는 얼마 전 대전 서구 둔산동 한 횡단보도를 건너가려다 십년감수 했다.
박씨의 시야가 교통신호기에 가려 직진하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해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키는 성인 남자로서 그다지 작지 않은 178㎝지만 높이 2m인 신호기에 가려 직진차량을 미처 보지 못했던 탓이다.

박씨는 “대전 각 교차로의 횡단보도에서 약 1m도 채 떨어지지 않아 신호기 등이 설치돼있는 곳이 많아 시야가 가린 탓에 차량이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이런 시설물들이 횡단보도와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됐으면 좋겠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장애물은 단지 경찰이 설치해 놓은 교통신호기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이 전봇대 대신으로 설치하는 지중개폐기(약 1.5m), 각 종 입간판, 무성하게 자란 가로수 또한 보행자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다. 평균 키가 채 140㎝가 되지 않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경우 2m 가량의 장애물은 거대한 차단막이나 다름없다.

도로 위에 난립한 시설물 때문에 보행자가 불편을 받는 곳은 대전시내에 부지기수다. 실제 초`중`고생들의 왕래가 잦은 대전 둔산동 수정타운 아파트 네거리 인근 횡단보도는 채 1m도 안 되는 거리에 2m가 넘는 교통신호기와 1.5m 가량의 지중개폐기가 설치돼 있어 보행자의 시야 확보가 어렵다.

서구 용문동 롯데백화점 근처의 횡단보도도 지중개폐기와 공중전화부스 등으로 보행자가 마음 놓고 횡단보도를 건너갈 수 없다. 유성구 대덕연구개발 특구 내 주택가에서 차량을 몰고 도로로 나오려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입간판 때문에 추돌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다. 대덕특구 진입도로에는 한전 지중개폐기 3~4대가 줄지어 있는 곳도 있다. 이 같은 도로사정 때문에 대전 각 자치구와 충남 일선 각 시`군은 교통안전도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결과를낳았다.

그러나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횡단보도에 설치된 각종 시설물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어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용이, 대조를 보인다. 그만큼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선진국 교통시설물 실태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충남지방경찰청 교통계 김태길 경위는 “호주 멜버른 시내의 경우 교통신호기 등은 대부분 횡단보도와 거리가 먼 곳에 설치돼 있거나 지하화시켜놓고 있어 보행자 시야를 전혀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편과 위험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도로상에 교통 시설물이나 각 종 입간판의 설치를 규정한 관련법이 추상적이고 부실한 것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현행 도로법(제41조)에는 교통이 현저히 폭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도로 관리청이 공공기관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한 도로점용 허가를 거절할 수 없게 돼 있어 사실상 신호기나 지중개폐기 등 시설물 설치를 막을 수 없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시설물 높이나 폭, 횡단보도로부터 얼마나 이격시켜 개설해야 할지에 대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시설물로 인한 교통장애를 최소화하는 법 제도가 미흡한 것이다.

옥외광고물에 대한 규정도 부실하다. 옥외광고물관리법에는 도시지역의 경우 횡단보도 경계선으로부터 고작 50㎝, 도시 외 지역은 100㎝만 유지하면 된다고 돼 있어 갖가지 안내판이나 광고물이 횡단보도와 근접하게 설치하는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는 직진하는 차량을, 운전자는 보행자를 발견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도로교통법 제67조 제1항(연도 공작물들의 위험방지 조치)에도 ‘길가의 지상 공작물 등이 교통위험을 유발하거나 방해할 때 관리자에게 제거하거나 교통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설치 이후의 사후관리 방안에 대한 내용에 그치고 있다.

또한, 애초 도시를 새롭게 만들 때 보행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설계를 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횡단보도, 교차로 등 교통안전시설 자리가 미확정된 상태에서 도시기반시설 설계가 이루어지며 설계과정에서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협의체계가 전무하다.

경찰 관계자는 “도시 기반시설 자리가 모두 정해진 뒤 교통시설 위치를 정하라고 설계도면이 경찰에게 넘어온다”며 “도시설계 단계부터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각 종 장애요소를 피하도록 하고 도로설계 심의 시 교통안전성에 대한 평가항목을 넣으면 보행자 안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충남청은 이러한 문제점에 착안, 현재 교통안전 도시설계 기법(TSCD Traffic Safe Community Design)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대전 최대 주거지역으로 탄생할 서남부권 개발 사업에 적용될 예정으로 현재 경찰을 비롯한 유관기관이 시행방법을 논의 중인 교통안전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설계 기법이다.

이 기법은 2011년 6월 준공될 서남부권 183만평 내 각 교차로에 모두 적용될 예정이다. 대전시 도시관리과 관계자는 “서남부권에 교통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인 2009년 TSCD 기법이 첫 선을 보일 예정으로 이 기법이 도입되면 보행자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내용은 신호기 등 도로 위 시설물은 보행자 또는 운전자의 시각장애를 일으키지 않게 교차로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설치토록 하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교차로 근처에 설치할 때에는 횡단보도 모퉁이에서 최소한 10m를 이격해서 설치하고 초등학생 평균 키 이하로 시설물 높이를 제하거나 지하에 매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TSCD 개발자 충남청 김태길 경위는 “도시 설계 시 도로 위 시설물에 대한 위치와 크기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토록 하고 설치 후 관리방안 매뉴얼을 만드는 것을 대전시 등 여러 기관과 협의중으로 서남부권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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