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하여 딸애를 낳으면 ‘귀우리’라고 이름을 짓자. 그리고 운수대통하여 아들을 낳으면 ‘해가’라고 짓자. 자기 알았지 응?” 여기서 해가는 하늘의 ‘해’인데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우주의 조화를 뜻한다. 바람결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말 딸애를 낳고 ‘귀우리’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젊은날 나를 버리고 간 그녀의 애명(愛名)은 ‘는개(안개보다 좀 굵은 비/연우/煙雨-안개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는 비)’였다. 유난히 속눈썹이 길어 애수에 젖듯 는개비에 젖은 눈썹으로 내게로 살며시 기대어 오던 그녀 S.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지인들한테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곤한다. 수원골의 최글이,서울 장안의 이글내, 서천골 박산벗, 장항의 강노을, 빛고을의 이두레, 부산 해운대의 강물퍼, 달구벌 갯고랑처사, 전주골 이고선사(구름을 머리에 이고), 추풍령의 박고개, 온양온천의 물그늘, 천안골의 송하땅(하늘과 땅), 한밭벌의 별그늘, 늘풀든, 늘손지, 리시갈(시의 밭갈이), 이부름(성악가), 김달림(마라토너), 고운소리(대금연주자), 고요소리(시낭송가), 지킴이(봉사자), 이참살(웰빙), 펼침이(활동가), 해바라기, 어진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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