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리말 공부는 대략 1~3마당에 걸쳐 이루어진다. 첫번째 마당은 1980년대 스무살 긴 머리카락의 청바지 문학청년시절 서울에 살 때 이숭녕 국문학자를 몇 년 가까이 모시고 활동하면서 해박한 고담준론(高談峻論)과 쉬운 우리말 뜻풀이 마당에 반하였다.
두번째 마당은 고향 충청권에 살면서 최충식 선생님의 천의무봉(天衣無縫)과 말글 펼침에 옴팍 물이 들었다. 세 번째 마당은 첫째와 둘째의 멍석위에서 스스로 우리말과 글의 굴레에 씌워 이젠 우리말의 풀물 든 영창(映窓)이 되었다. 한글전용론자가 아닌 애용론자로서 이 기회에 일깨워주신 ‘앞선님’들께 감사드린다.
나의 아호는 나은, 길벗이며 가시버시(아내)는 구루터기다. 큰딸은 김바램이요, 둘째는 김나아이다. 따라서 함께하는 모임의 직책 중에 고문은 살핌이, 회장은 촌장, 총무는 살림이, 홍보는 알림이, 서기는 기록이, 회계는 돈셈이 등이다.
어떤 한글학자는 앞으로 수 백년 후에는 우리말과 글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예단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밥,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 시냇물, 갯고랑, 아지랑이, 강아지, 돼지 등 우리나라의 모든 것들이 외래어로만 불린다면? 아, 생각만 해도 삭막하다. 조선이여, 한반도여, 우리 말, 우리 글이여 그대는 정녕 사라질 존재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