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완연한 4월 말.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봄내음이 코를 자극한다. 마음 같아선 가족끼리 잠시 머리라도 식히고 싶지만 시간과 비용 등을 생각하면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럴 때 나들이 대신 가족들끼리 별미를 맛보며 오순 도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값싸고 푸짐한 소문난 요리 집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는지. 편집자 주
담백한 맛과 풍부한 영양
그만큼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너무나 대중적이어서 오히려 맛있는 김치찌개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고 5거리에서 원동 방향으로 직진하다 보면 대흥 4가가 나온다. 여기서 원동 4가 방향으로 30m만 내려오면 우측에 암소갈비 전문 대흥왕갈비(대표 김종혁·042-254-9289)가 나온다.
이 집이 바로 투가리(묵은지) 김치찌개로 유명한 집이다.
한번 맛 본 사람은 어김없이 또 다시 찾을 정도라고 하니 그 명성을 가히 알만하다.
투가리 김치찌개(5000원)는 매콤한 기운이 냄새부터 다르다. 1년 묵은 김치를 사용하고 여기에다 이틀 동안 숙성시킨 돼지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재료의 기운들이 다 빠질 때까지 끓여낸다.
맛의 비밀이라면 3가지의 젓갈과 양념이 잘 밴 김치가 국물의 맛을 돋우는데 그 맛은 진하고 고소하다. 한 번 맛보면 자꾸 먹고 싶어질 정도.
여기에 함께 나오는 고추초절임, 무, 깻잎장아찌, 무채, 도토리묵, 김장김치 등의 토속적인 밑반찬은 “밥 한 공기 추가요!”를 저절로 외치게 한다.
이 중에서도 세번 달인 간장에 직접 농사지은 깻잎을 넣고 쪄낸 깻잎과 싱싱한 무를 얇게 썰어 말린 뒤 방앗간에서 직접 빻은 고춧가루로 맛을 내는 무장아찌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치울 수 있을 만한 밥도둑들이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이 집만의 특별재료를 가미하기 때문에 쉽게 이 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게 주인의 얘기.
3~4명이 찾는다면 모듬 생선구이를 하나 시켜도 될 만큼 푸짐하다.
얼지 않은 고등어, 꽁치, 참조기, 삼치를 통째 그릴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는데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다는 말이 실감나듯 바라만 봐도 금세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각각 4000원.
대흥동왕갈비가 김치찌개를 내놓기 시작한 때는 2년 전.
주방장 겸 공동사장인 김수화씨는 “집에서 직접 만드는 묵은지는 수십 번 이상 손을 거쳐야 제 맛이 난다”며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식구들에게 내놓는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