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전국 병·의원에 종사하는 간호원(員)을 간호사(師)로 바꾸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다. 그들의 소원대로 간호원자 대신 간호사로 ‘스승 사(師)’ 한 글자를 끼워 넣는데 성공했다. 간호보조원도 간호조무사로 바뀌었다. 조산원(産婆員)도 조산사(助産師)로 된다. 한 번 터진 물꼬는 유사업종에까지 일괄타결하여 숙원사안을 일시에 민원종합처리를 한 셈.
까짓 ‘원(員)’인들 어떻고 ‘사(師)’이면 또 어쩌란 말인가? 국회위원도 원(員)인데 말이다. 예전에 부사, 목사, 군수, 현감, 현령이던 원(員)이면 이래봬도 한 고을을 호령했다. 원님 덕에 나팔만 불어봐도 얼마나 짜릿한 일이었나?
같은 ‘사’라도 갈래가 많다. 개신교의 목사(牧師), 권사(勸士), 집사(執事)가 다르다.
재미있게도 식당의 영양사는 사(士)이고 조리사는 사(師). 사법부의 검사는 사(事)자 인가 하면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는 사(士)자 학렬. 언제인가 한학께나 공부한 어느 시골 ‘영감님’이 ‘아나운서(announcer)’를 언어운사(言語連士)라고 하였다. ‘언어를 운전하는 사람’이란 뜻도 기막힌데다 소리까지 유사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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