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표 김치찌개>
외식이라 하면 으레 비싸고 정돈된 곳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획일화된 서비스에 비슷한 분위기의 실내공간은 또다른 권태를 준다. 멋진 건물, 기름진 음식만 찾는 것은 위와 마음에 부담감을 안겨주지 않을까.
음식도 때론 가슴으로 먹을 필요가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고 주인의 정성이 담겨있는 곳, 값싸고 맛있는 ‘시장표’맛집을 찾아보자. <편집자 주>
식당 입구에서 밀가루 반죽 치는 요리사가 보이고, 2층 간판에 ‘오모리 찌개’라고 써 있는 이곳은 옛날자장면(3500원)과 오모리 찌개(5000원)만을 고집하는 삼천동에 위치한 김치찌개 전문점.
이중에서도 3년된 김치의 신맛을 그대로 살린 오모리 찌개는 어른, 아이 모두에게 인기 있는 메뉴로 손꼽힌다.
이 집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커다란 가마솥 두개가 손님을 맞는데 바로 여기에서 밥을 짓고 오모리 찌개를 끓여낸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면 보글거리는 국물 사이로, 숭숭 썰어 넣은 돼지고기와 하얀 두부가 빨갛게 물이 올랐다. 오모리찌개는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오는데 밥을 먹지않아도 한끼 식사로 충분한 듯 하다.
맛 또한 매력적이다. 먹기 좋게 듬성듬성 썰어놓은 돼지고기와 톡 쏘는 묵은김치의 향은 보기만 해도 조화가 이뤄지며 그 맛 또한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김치찌개의 둘도없는 짝꿍은 깍두기. 큼지막한 깍두기는 김치찌개의 신맛을 없애주는 동시에 적당히 칼칼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후식으로 그냥 주는 가마솥밥 숭늉 누룽지도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또 하나의 별미는 요리사가 직접 면을 뽑는 옛날자장. 큼지막한 양파와 감자, 걸죽한 국물까지, 옛날 자장면 그대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돼지고기 등의 재료도 푸짐해 3500원이 아깝지 않다. 면발이 입에서 쫄깃하게 씹히는 자장면은 달지않고 부드러워 노인이나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이 집 사장 이진회(44)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묵은김치는 김장철에 담가서 봄바람 불때 꺼내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라며 “김치의 재료의 혼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약 문의 482-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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