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의 ‘행복한 수다’

예비부부의 ‘행복한 수다’

  • 승인 2005-09-30 00:00
  • 유지영 기자 / 사진=지영철 기자유지영 기자 / 사진=지영철 기자
“사실 집안일은 내가 더 잘하잖아”
“한사람 일할때 누워있기 없기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다. 요즘은 딱히 결혼 ‘시즌’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청첩장이 하나둘 쌓여 가는 것을 보니 결혼하기 좋은 시기이긴 한가보다.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인 ‘결혼’을 두고 괴테는 결혼을 참다운 뜻에서 연애의 시작이라 했다. 소크라테스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했다.

결혼에 대한 준비에서부터 결혼 후 계획까지, 신세대의 결혼관을 10월23일 결혼을 앞둔 전기삼(30)·박성운(28) 예비부부의 행복한 수다를 통해 살펴본다.

이들 부부는 충남대학교 학생회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예비 남편 전기삼씨는 기계설계학과 95학번, 예비 아내 박성운씨가 사학과 97학번. 전씨는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했을 정도로 학생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다고. 때문에 이들 커플은 그쪽 세계에선 꽤 유명 하단다. 1999년 연인으로 발전했으니 벌써 7년 여 됐다.
<혼수> 자존심 싸움없이 혼수 준비해서 좋았어

전: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 우리 결혼이. 기분이 어때?
박: 대체로 결혼을 연애의 종착점이라 생각하잖아. 그런데 나는 또 하나의 연애 과정이라 생각해. 사랑하면서 진행되는 하나의 관례인거지. 그러니까 ‘이 남자가 결혼 상대로 어떨까’하는 고민 같은 거 해본적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진행된 것 같아. 이제 책임질 일이 더 많아지겠지만 설레. 어머님이 궁합이 좋다고 하시니까 좋아.

전: 아버지가 내년이면 70이시네. 늦둥이 막내가 결혼해 잘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지.
박: 그럼! 우리 냉장고 싸게 사려고 비 오는 날 아침 7시부터 줄서서 기다렸던 것 생각난다. 둘다 알뜰하니까 잘 살거야. 그치?

전: 70만원짜리 냉장고를 10대 한정으로 39만원에 판다기에 새벽부터 나와 줄 섰었잖아. 정말 수지 맞았어. 덕분에 그 핑계로 그날 밤새 성운이랑 같이 있었네.

박: 어찌보면 궁상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검소한 면이 잘 맞아서 좋아. 혼수 준비하면서 많이 아끼며 할 수 있었던 것도 생각이 잘 맞았기 때문이야. 또 사돈끼리 연배 차이가 나니까 필요없는 자존심 싸움 같은 것 없이 혼수랑 예단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중요한 것은 예단이나 혼수가 아니잖아.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




<분가> 나중에
▲ 전기삼(30)·박성운(28) 예비부부
▲ 전기삼(30)·박성운(28) 예비부부
양가에 용돈은 어떻게 드리지?



전: 내가 3남2녀중 막내이고, 부모님은 논산에서 농사 지으시며 사시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

박: 인생살이가 때때로 달라지는 거잖아. 그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며 사는거지 뭐. 시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시니까 먼저 시댁에 잘하고 나중에 처가에 잘하면 되지. 자식된 도리를 다해야지. 솔직히 시부모님과 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내 사람이 후회하게 두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우리 아버지가 할머님 잘 못 모신 것에 대해 평생 마음에 걸려 하시더라. 부모님 모실 상황이 되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전: 성운이가 우리 집에 잘하니까 나도 처가에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 그러니까 집에서도 ‘아가’라며 이뻐해 주시고, 고향 동네 사람들도 ‘어디서 그런 색시를 얻었냐’고 칭찬 많이 하시네. 내가 복덩이를 얻은 거야.
박:(웃음). 나중에 양가에 용돈은 어떻게 드리지?

전: 양가에 똑같이 해야지. 가족에 관해서는 시댁과 처가를 두고 차별을 두지 말자. 우리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식된 도리로 똑같이 잘 해야지.




<육아> 아기 최대한 낳자? 난 둘이 좋은데…

전: 난 아기 최대한 많이 낳고 싶어.
박: 난 둘 정도가 좋을 것 같아. 내가 1남3녀 중 첫째로 컸잖아. 많은 형제 속에서 자라다 보니 형제가 큰 힘이 되더라. 평생을 같이 할 친구이자 동반자이더라구. 하나는 외로우니까 둘은 낳아야지. 요즘 세대가 교육이 중요하잖아. 형제가 많이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둘 정도가 좋겠어.

전: 최대한 많이 낳자. 내가 돈 많이 벌게. 하하. 아기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되면 자기가 잠시 일을 쉬고 육아에 최선을 다했으면 해.

박: 아기를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내 일이 봄과 가을 3개월에만 하는 거잖아(박성운씨는 도마동에서 액세서리 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은 유동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 육아에 최선을 다해야지. 그런데 그건 나 혼자는 다 못하는 일이야.

전: 그럼. 내가 아기를 좋아하잖아. 많이 잘 도와줄거야. 아빠 배 위에 아기를 올려 놓고 평온히 자는 그런 풍경이 나는 제일 부럽더라.

박: 그건 다 사진찍기 위해 연출한 거야.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데. 호호. 나중에 아기랑 아빠랑 꼭 그런 사진 찍어줄게.

박: 결혼하면 한사람은 일하는데 다른 사람은 누워있기 없기다. 둘 다 바깥일 하느라 힘든데 나 혼자만 집안일에 더 신경쓸 수는 없잖아.
전: 사실 집안일은 내가 더 잘하잖아. 걱정마.




<미래> 앞으로도 착한사람으로 남았으면…

박: 우리 자기는 본성이 착한 사람이잖아. 나는 착해지려 노력하는 사람이고. 나는 착해지려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어떨 때는 손익계산이 먼저 될 때도 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자기의 생각이 맞을 때가 많더라. 앞으로도 착한 사람으로 곁에 있었음 좋겠어.

전: 난 무엇보다 성운이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예전에 났던 교통사고 치료가 아직 말끔히 안됐잖아. 건강을 챙기는 게 우선이야.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성운이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같이 상의해서 많은 일을 해나갔으면 해.

박: 결혼의 기본은 너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내가 아니기에 나랑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잖아. 결혼은 그저 서로 닮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 서로를 닮아가는 예쁜 부부로 잘 살자.
전: 잘 살도록 서로 노력하자. 사랑해.

전&박: 10월23일 오후 1시 논산 늘봄예식장에서 저희 결혼을 약속합니다. 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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