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나은 홍보를 위해 더 멀리 바라보며 오늘도 난 맨발로 뛴다

보다나은 홍보를 위해 더 멀리 바라보며 오늘도 난 맨발로 뛴다

(주)선양 이명규 홍보부장의 하루

  • 승인 2005-09-23 00:00
  • 글=윤희진 기자 /사진=이민희 기자글=윤희진 기자 /사진=이민희 기자
홍보의 시대다. 알리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다. 홍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 특히 기업들의 흥망성쇠는 홍보에 달려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온갖 홍보전략의 이면에는 홍보맨들의 땀이 배어 있다.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만큼 그들의 하루는 긴장의 연속이다. 최근 신제품 ‘맑을 린(潾)’을 출시한 (주)선양의 홍보맨, 이명규(46) 홍보부장 역시 마찬가지다. 하룻동안 손수건을 몇 번씩이나 바꿀정도로 땀에 젖어 사는 이 부장의 그림자를 따라 다녀봤다. <편집자 주>


신문스크랩으로 언론동향파악 일과 시작 공장방문서 음식점 마케팅까지 동분서주
“총성없는 전쟁터 긴장의 연속인 업무지만 신제품 潾 출시 세상 첫선보일때 가슴 뿌듯”




오전 5시 30분 <새벽 마라톤으로 체력 다져>

계룡시에 살고 있는 이명규 부장의 하루
가 시작된다. 오늘도 잠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어젯밤 술자리 때문이다. 50대를 향하고 있는 그에게 일주일에 5번정도의 술자리는 그야말로 ‘과감함’ 내지는 ‘무모함’ 그 자체다.

아무리 과음해도 새벽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일을 한 번도 빼먹은 적 없는 이 부장이다. 사내 마라톤동호회 회장을 맡을만큼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있다. 수요일 저녁과 일요일 새벽에는 항상 직원들과 함께 계족산과 갑천에서 여유를 찾기도 한다.

상쾌한 공기, 하지만 그의 머릿 속은 언제나 그랬듯이 복잡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을 해야하는가. 1시간을 달린 후 현관에 배달된 신문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밥먹고 옷입는 시간내내 그의 눈은 신문을 떠나지 않는다. 중·고교를 다니는 두 딸과 얘기해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희미하다. 출근 길, 빨간 신호등만 켜지면
조수석으로 눈을 돌린다. 옆 좌석에서 동행하고 있는 신문을 보기 위해서다.

갈마동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한 잔의 커피를 벗삼아 책상위에 배달된 10여부에 달하는 신문들을 펼친다. 지방지에 보도된 회사 관련 기사를 비롯해 중앙지에 게재된 경제동향을 담은 내용을 스크랩하기 위해서다. 오늘도 어제 각 언론사에 보내준 보도자료가 실렸다.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자신이 만든 자료가 생각보다 멋지고 크게 나왔을 정도라고 말할만큼 그에게는 기사 한줄이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원하는만큼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거의 1시간을 신문 속에 파묻힌다. 뜨거운 커피는 ‘주인님’의 무관심 속에 이미 식어버린 상태다.



오전 9시 00분 <사내 홍보거리 찾아 ‘기자’변신>



그는 기자로 변신한다. 사내전용 인트라넷에 접속, 회사내 홍보할만한 내용을 찾기 위한 서핑이 시작된다. 하지만 만만치않다. 대부분의 직원들 역시 자신의 일이나 부서일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거나 보안이 요구되는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찾아내면 하루가 산뜻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각 지점에 전화를 걸어 활동상황을 체크하고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느라 바쁘다. 반드시 뭔가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포근함이 느껴지는 외모와 함께 강렬한 눈빛을 가진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친근함과 날카로움을 겸비한 ‘부드러운 직선’으로 유명하지만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9시 30분, 갑자기 회의소집을 알리는 사내방송이 흐른다. 신제품 ‘맑을 린(潾)’ 출시와 관련, 긴급회의란다.



오전 10시 30분 <신제품마케팅 회의 거듭>

회의장을 나서는 이 부장의 표정이 어둡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제품 출시에 대한 홍보전략 때문이다. ‘선양새찬’으로는 2위라는 오명을 벗어나기가 어려워 1위 도약을 위해 과감하게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홍보전략이 중요한 시점으로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달전부터 광고모델을 교체하고 소주병 디자인, 포스터, 홍보전단지 등을 새롭게 제작하며 온 정신을 쏟았지만 허전함을 떨칠 수 없다.

이럴 때마다 타 지역이 부럽다. 대구·경북의 ‘참소주’, 부산·경남의 ‘C1소주’, 광주·전남의 ‘화이트소주’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점유율 70%대를 육박하지만 유독 대전·충남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지역에 내는 세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데다 고용창출은 물론 수많은 기관·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도 ‘땀에 젖은 자,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사내 구호를 바라보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낮 12시 00분 <지점 담당들과 점심 ‘업무 연장’>

연신 휴대 전화기가 울려댄다. 아침부터 벌써 수십통째다. 신제품 출시로 요즘은 더 정신없이 바쁘다. 웬만큼 준비를 마무리한 상황이지만 사활을 걸고있는 만큼 10분도 앉아있을 수 없다.

대부분 출입기자들과 점심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각 지점 홍보담당자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신제품 공식 출시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 고삐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고민이 많다.

“여전히 음식점에서 다른 지역 소주를 먼저 권한다”, “홍보효과가 부족하다”, “좀더 공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등 아쉬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문제해결은 이 부장의 몫이다. 불만이 없을 수 없는 그들을 달래며 ‘우리’가 만든 술 한 잔을 비우고 다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후 2시 00분 <언론 보도자료 내용 점검>

각 언론사에 보낼 보도자료 내용을 다시 점검한다. 문구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 수정하는 손놀림도 쉴새없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자료 하나하나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다. ‘내일은 더 잘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입기자들에게 메일을 전송하고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한다.

오늘은 서구 흑석리 생산공장에 가야 한다. 제품 제조기법을 비롯해 모든 공정과정, 직원들의 의견 등 획기적인 홍보를 위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놓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후 5시 30분 <식당·거리로 소비자 찾아>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그의 달력에는 해야할 일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검색, 회사와 제품에 관한 기사와 경제흐름, 주류업계 동향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사내 인트라넷에도 접속, 내일 만들어낼 보도자료 아이템도 어느 정도 준비해둔다. 책상에 앉은 후 30분, 갑자기 분주해진다.

오늘은 판촉부서와 함께 길거리 마케팅이 있는 날이다. 신제품 홍보 때문이다. 신제품과 경품, 어깨띠, 홍보물, 포스터 등을 챙긴 후 회사 앞 월평동 상가로 향한다.

항상 그랬듯이 고객에게 처음 다가가는 건 쉽지 않다. 큰 숨을 들이 마시고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삼겹살집이다.
지글지글 고기굽는 소리와 함께 삼겹살 옆에 경쟁사(競爭社)의 소주병이 놓여져있다. 잠시 주눅이 들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안녕하세요”라며 미소를 보내며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거 한번 드셔보시죠”라는 생뚱맞은 제안에 고객들 역시 흔쾌히 받아들인다. 제품에 대한 이 부장의 연설은 곧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다른 음식점, 7개 테이블중 5개 테이블위에 경쟁사 제품이 있다. 그것도 몇 병씩이나. 일부 고객들의 외면을 뒤로 한 채 음식점 문을 나선다.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구나.’ 이 부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밤 9시 00분 <단소리보다 쓴소리 많지만…>

오늘도 포연없는 전쟁이 끝났다. 넥타이를 단정히 맨 이 부장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하다.
마켓팅을 끝내고 직원들과 잔을 기울인다.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나온 의견들이 쏟아진다. 그 순간에도 그는 직원들의 가져온 의견들을 메모하기에 바쁘다.

단소리보다는 쓴소리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그만큼 해야할 일이 남아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밤 10시 30분 <내일 기약하며 하루일과 마감>

직원들과 헤어진 후 담배를 꺼내 문다. 무슨 생각을 할까. 전쟁같은 하루, 포성이 멈추지 않은 순간에도 아마 그는 내일의 결전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도 변함없이 갈 길은 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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