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와 90년대 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던 곳이 중앙시장 내 먹자골목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도심권의 확산에 따라 점차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추억이 곳곳에 살아 숨쉬는 원조 먹자골목. 그 추억 가득한 25시간을 함께해보자.
13일 오전 8시 동구 중동 중앙시장 내 ‘먹자골목’.
재료 준비로 바쁜 일손을 움직이며 손님 맞을 채비가 한창이다.
한시간 쯤 지났을까 오징어, 김말이, 야채 등을 튀기는 소리가 랩 가수의 비트박스를 연상케 한다.
슬쩍 간판들을 살펴보니 순대, 튀김, 냉면, 설렁탕, 곱창, 잔치국수, 영양탕, 칼국수 등 왠만한 메뉴는 다 있다.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의 휴식처로 80년대에는 엄청난 호황을 누린 것을 짐작케 했다.
오후가 되자 간간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와 옛 추억을 더듬어 찾은 30대의 연인, 인근 상가 직원들이다.
속을 채운 뒤 배를 두드리며 나오는 표정은 무척 행복해보이기까지 하다.
6시가 넘어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사람들의 발길은 더욱 뜸해졌다.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재래시장의 몰락과 함께 먹자골목도 추억속으로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다.
식당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이제는 절반도 채 안되는 60∼70여곳 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먹자골목의 터줏대감인 이정수(49)사장은 “예전에는 기다려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는데”라며 하루 장사를 마치고 담배 한모금을 깊게 빨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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