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먹자골목… 친구야 기억나니?

추억의 먹자골목… 친구야 기억나니?

  • 승인 2005-08-20 00:00
  • 박기성 기자박기성 기자
입추가 지났지만 한낮의 무더위는 좀처럼 꺾일 줄 모릅니다. 그러나 밤이면 한줌 가을이 서늘한 바람 끝에 끌려오는 듯 합니다.
그 가을의 속삭임 때문인지 여름내 지친 마음이 조금은 느긋해지는군요.이번 호 별지는 다소나마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전의 먹자골목’들을 순례해 보았습니다. 대전의 원조 먹자골목인 중앙시장의 맛집들로부터 궁동의 먹자골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맛과 그 속에 담긴 추억들을 되짚어보았습니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
마음만은 넉넉하던 추억의 먹자골목.
한성기 시인이 찾았다던 대전극장통 ‘7커피숍’
연극인 최문희씨가 말하는 6·25전후의 중앙시장.


시간의 세례 속에 추억이 된 그 풍경들.
2005년 8월 그리움의 이름으로 돌아보다.

대전의 먹자골목을 말할 때는 늘상 중앙시장이 그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원로 연극인 최문휘씨(77)는 다음과 같이 회상하더군요.

“6·25 당시 중앙극장 일대 건물들이 불타버리고 무허가 판잣집들이 생겨났지요. 이곳에 순대국밥 집들이 생겨나면서 먹자골목이 형성된 것입니다. 대전역에서 내린 열차 승객들도 먹거리를 찾아 이곳으로 몰려들었고요. 그 후 80~90년대에는 대전극장 주변에 먹자골목이 형성됐지요. 작고한 시인 한성기나 박용래 등과 어울려 대전극장통 ‘7 커피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인근의 대포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예술을 논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중앙시장을 비롯해 중앙로 인근의 먹자골목은 많은 사람들이 추억으로 되새김질하는 곳입니다. 서양화가 정장직 교수(54·우송대 컴퓨터디자인학부)는 “대학시절 즐겨 찾던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앙로 인근 먹자골목이었다”며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도 쉽게 술 한잔 걸칠 수 있었다”고 회상합니다.

90년대 이후 먹자골목에 새로운 이름 하나가 붙여진 것을 아시는지요. 다름아닌 ‘음식특화거리’라는 다소 어설픈 명칭 말입니다.

게다가 둔산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고급음식점을 중심으로 한 먹자골목도 형성돼 퇴근 후 고급 샐러리맨들의 발걸음을 잡아 끌고 있지요.

시대가 변해 먹자골목도 이처럼 천태만상의 모습을 담고 있답니다.
한줌 가을이 묻어나는 이번 주말, 먹자골목으로 한 번 맛 기행을 나서는 것은 어떨는지요.
먹자골목을 함께 누빌 대상이 누구든 어떻겠습니까. 탄줘잉이 그의 책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서 말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동창이라도 좋고, 스승이나 부모님, 혹은 딸아이와 단 둘이면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먹자골목에 빠져들어 푸짐한 음식도 먹고 동행한 사람과의 추억도 실타래 풀 듯 늘어놓아 보세요.

돌아오는 길에는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 빠뜨리지 마세요. 휴머니즘이 물씬물씬 묻어나는 영화일 뿐 아니라 올 여름 무더위로 잃어버렸던 웃음까지 찾아줄 영화니까요. 단 영화관에 들어갈 때 팝콘은 절대 사지 마세요. 강원도 산골짝 동막골에서 재배한 옥수수로 만든 색다른 팝콘을 마음껏 맛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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