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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지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이호우 시인의 ‘살구꽃 핀 마을’ 한구절 이다.
살구꽃처럼 은은하면서도 탐스런 음식으로 우리들 기분을 살려주고 입맛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곳이 있다.
대전시 서구 둔산 1동 1445번지 태둔빌딩 2층에 위치한 ‘행화(杏花)’ 한정식(대표 노명옥·여·47).
행화에 들어서면 입구 중앙에 버티고 있는 살구꽃이 가장 먼저 반긴다.
차분한 사대부집의 분위기를 넘어 감히 발을 들여놓기 힘든 안채로 들어서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격자 문양의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빛이 좋아 금방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에다 방마다 배치된 고풍스런 전통 목가구가 정겨움마저 준다.
행화의 음식은 거푸집에서 기계적으로 찍어낸 듯한 똑같은 요리가 아니라 그날 재료에 따라 독특하고 맛깔스런 한정식 요리를 선보인다.
얼핏 보면 여느 한정식집과 마찬가지로 보이지만 행화의 특징은 겨자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 냉채처럼 제철에 맞는 재료를 이용해 계절 별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 것이다.
한정식의 획일적인 메뉴에서 벗어나 손님에게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 사장의 경영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또 코스별로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느리거나 서두르지 않아 편안한 식사 자리가 이어진다. 음식을 내는 종업원이 작은 목소리로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여주기 때문에 알고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A코스(1인 2만5000원)는 죽, 동치미, 더덕초절임, 광어회, 홍탁삼합, 바닷가재, 갈비, 홍어찜, 박대조림, 오리훈제, 생합, 조기찜 등 30여가지의 음식과 함께 이집 만의 특별 메뉴인 애탕이 곁들여진다. 애탕은 쑥과 소고기를 갈아 완자를 만들어 사골국물에 끓여 나오는데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며 진한 쑥향 또한 끝내준다.
B코스(1인 3만5000원)에는 대하, 장어구이, 육회, 게살볶음 등이 곁들여지고 C코스(1인 5만5000원)에는 대게, 가시바이구이, 전복, 대게살조림, 젓갈류 등이 추가로 나온다.
행화의 음식에 해산물이 많이 사용되는데 신선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냉동식품을 절대로 쓰지 않고 매일 군산에서 공수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너무 세련되고 멋을 강조하면 맛이 떨어질 수 있다”며 “조금은 촌스럽지만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하고 인간적인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 맛도 좋다”고 행화 만의 노하우를 강조했다.
전화 (042)487-2108. 낮 12시∼저녁 10시. 90석. 주차장 완비. 점심 : 행화정식 1인 2만원, 정식 4인 이상 1인 1만원. 저녁 : A코스 2만5000원, B코스 3만5000원, C코스 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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