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삐삐~는 살아있다”

디지털 시대 “삐삐~는 살아있다”

가입자 10만명 육박

  • 승인 2004-05-10 00:00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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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향수’ 속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증가세 ‘기현상’
경기침체. 개인 정보보호 이용자 확산


‘1010235(열렬히 사모해)’, ‘7942(친구사이)’, ‘8282(빨리빨리).’

지난 90년대 중반, 젊은층을 중심으로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무선호출기(삐삐).
이것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왕따’가 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시험 시험간에 커닝의 도구로 이용됐을 정도로 널리 쓰였던 현대인들의 필수품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과 핸드폰 대중화로 삐삐는 현대인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으며 가입자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97년, 전국적으로 1500만명의 가입자를 정점으로 삐삐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지난해 3/4분기 가입자 수가 7만여명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전성기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퇴물’로 취급 받았다.

그러나 병원, 군인 등 특수 직업군 종사자들만 간간이 사용하던 삐삐가 최근에 일반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믿지 못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리얼텔레콤 고객지원팀장 차순진씨는 “본사가 SK텔레콤으로부터 무선호출사업을 양수했던 지난 2000년 당시, 20만명에 달했던 무선호출기 가입자 수가 계속 감소했으나 지난해 3/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리얼텔레콤의 올해 초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부터 한달 평균 1000∼2000명씩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현재 10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50.6%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9.6%, 40대 11% 등의 순으로 나타나 젊은층의 삐삐 사용이 많았다.

또 지역별로는 서울이 73.6%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경상도 16.3%, 충청도 6.3%, 전라도 3% 등의 순이었다.
현재 무선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리얼텔레콤(전 인테크텔레콤, 식별번호 012)와 서울이동통신(식별번호 015)뿐이다.

삐삐를 사용하고 싶어도 시중에서 단말기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가입자가 증가하는 데 대해 서비스업체들 조차도 의아해 한다. 그러면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취급받던 삐삐의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저렴한 사용료를 꼽을 수 있다.

최소한 월 3만∼4만원 이상의 사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휴대폰과는 달리 삐삐는 한달에 8000원의 월정료만 내면 되고 음성부가서비스를 추가 이용할 경우에도 1100원만 추가로 부담하면 될 정도로 값싼 사용료 때문에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삐삐 가입자 증가에 대해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신용 불량자가 양산된 상황에서 휴대폰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해지하고 삐삐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삐삐로 급한 연락을 받기만 하는 ‘알뜰형’ 통신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휴대폰 이용자들이 무차별적으로 각 종 스팸SMS 등에 노출돼 있는 것과는 달리 삐삐는 원치않는 통화를 방지할 수 있는 등 사생활이 보호되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휴대폰 사용자는 3∼4개 휴대폰 업체가 고객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관계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삐삐의 경우 리얼텔레콤, 서울이동통신 등 양사가 각각 독립적으로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있어 안심하고 개인정보를 맡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휴대폰보다 불편하지만 순전히 삐삐만의 낭만적인 매력에 취해 무선호출서비스에 가입하는 ‘마니아층’이 늘고 있는 것도 최근 삐삐 가입자 수가 증가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삐삐 마니아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공간인 다음까페 ‘삐사모’(cafe.daum.net.ilove beeper)에서 ‘신혜인’이라는 ID로 활동하는 네티즌은 “학창시절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아련한 기억 때문에 삐삐를 다시 사용하게 됐다”며 “삐삐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삐삐 예찬론을 폈다.

이동통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와중에도 삐삐의 시장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

군인, 의사 등 특수조직의 고정고객과 더불어 삐삐 마니아들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동남아 등 이동통신 후진국으로 무선호출 기술 및 단말기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규가입자를 받고 있는 유일한 업체인 리얼텔레콤 차순진씨는 “삐삐의 장점을 이해하고 찾는 가입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비스의 존재를 알리며 경제적 혜택 및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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