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16:56
소중한 이의 행복한 앞길을 응원할 때 우리는 '꽃길만 걸어'라고 말하곤 한다. 길고양이들이 지금 서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충남대 수의과대학 봉사동아리 '꽃길'을 만나봤다.
'꽃같은 길냥이, 꽃길만 걸어라'라는 의미를 담아 지어진 동아리 이름 '꽃길'. 꽃길은 2017년 3월에 만들어져 올해 정식 동아리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꽃 같은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끌고 있는 수의과대학 본과 1학년 김윤재씨와 예과 2학년 최지영씨를 만나 길고양이를 돌보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일문 일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길고양이는 가장 가깝지만 잊기 쉬운 존재"…'공존'을 지향
- 동아리의 대표 활동이 무엇인가.
▲최 : 주된 활동은 길고양이 밥 주는 일이다. 배식표를 짜 회원들이 돌아가며 정해진 급식소에 배식한다. 중성화 수술(TNR)도 진행하며, 학교 축제나 시청의 동물 보호 문화 사업 같은 곳에도 참여해 제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 동아리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나.
▲김 : 중학생 때부터 TNR 봉사활동을 했다. 대학에서도 꾸준히 도움주고 싶었다.
▲최 : 길고양이는 가장 가깝지만 잊기 쉬운 존재다. 꾸준히 관심 갖기 위해 들어왔다.
- 동아리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김 : '공존'이다. 버려진 길고양이들이 불쌍해 밥을 주는 사람들도 있고, 발정기 때 시끄럽게 울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존재이니 함께 공존하기 위해 방안을 찾고 노력하고 있다.
- 봉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
▲최 : 주 단위로 배식표를 작성한다. 본인이 가능한 시간에 사료를 퍼서 봉지밥을 만든다.
- '봉지밥'이 무엇인가
▲최 : 말 그대로 비닐 봉지에 사료를 담아 묶어 만든 밥이다. 길고양이가 사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 걸 세,네개 정도 급식소에 가져다 놓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냥 그릇에 사료를 담아주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비닐 봉지가 많이 나오니까.
- 중성화 수술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혹시 본인들이 스스로 하는 건 아닌지.
▲김 : 우리는 할 수가 없다. 병원에 미리 전화해 충남대 수의과대학 봉사동아리임을 밝힌다. 하고 있는 활동을 설명하며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냐고 묻고 가능하다면 비용을 지불한다.
"배불리 먹고 갔다는 생각 들 때 가장 기뻐"
- 원래도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유기 고양이, 길고양이에 관심이 많았나?
▲김 : 어렸을 땐 도둑고양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눈에 잘 띄지 않던 고양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며 많이 보였다. 그제서야 이렇게 많은 길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꽃길을 하면서 변화된 점이 있다면.
▲최 : 동정의 마음이 컸는데 꽃길을 하며 공존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사람이 유기하며 생겨난 결과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하면할수록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내가 오늘 귀찮다고 밥을 주지 않으면 길고양이들은 죽게 된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본능이 억제되고 호르몬도 낮아져 사냥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 봉사활동 하다보면 보람을 느낄 때가 많을 듯하다. 어떤 경험이 있는가.
▲최 : 급식소에 가보면 비닐봉지가 널려있고는 한다. 배불리 먹고 갔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 김 : 길고양이를 만나는 사람들이 사진을 올리곤 하는 데 전보다 통통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준 밥을 배불리 먹었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차다.
- 그런데 아무래도 길고양이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도 있다 보니 힘들거나 속상한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어느 때 그런가?
▲최 : 구조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다. 동아리다 보니 넉넉한 편이 아니라 구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당장 고양이가 생명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바로 거절하기가 어렵다.
▲김 : 나도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가 제일 힘들다. 구조를 하게 되면 고양이가 어디가 아픈지, 병원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게 된다. 또 간혹 사료를 들고 가면 날카롭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최 : 맞다. 축제 등에서 부스 운영을 하다보면 때때로 '길고양이, 그거 밥 왜주냐. 음식물 쓰레기 먹고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막막하기도 하다.
"기억해 주시는 분들 감사해…공존하기 위해선 타협해야"
- 수의과학을 전공해서 어떤 직업인이 되고 싶은가.
▲최 : 넓게 생각하고 있는 데 동물 복지에 힘을 쓴다거나 그런 수의사 되고 싶다. 지금은 야생 동물 분야에 제일 관심이 많다.
▲김 : 동물 병원장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 데 요즘 고민이 많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실습도 해봤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동물을 돌보는 수의사가 되려 마음먹었다. 물론 길고양이들에겐 언제나 문이 열려있을 것이다.
- 내년 목표, 그리고 장기 목표가 있는가?
▲김 : 충남대에 길고양이 봉사동아리가 우리뿐이다. 다른 단과대 근처에도 길고양이가 많이 보인다고 들었다. 다른 과 학생들과 연계해 고양이들에게 더 많이 밥을 주고 돌볼 수 있는 동아리가 됐으면 한다. 또 내년에는 외부봉사를 꾸준히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최 : 길고양이 밥 주는 활동이 중심이다. 고양이를 많이 볼 줄 알고 들어오는 데 길고양이는 쉽게 친해질 수 없고 고양이도 잘 볼 수 없다. 그런 부분에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고양이 관련 캠페인이라든지 흥미 돋울 수 있는 활동, 외부 봉사 등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 동아리에서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가 지원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나.
▲김 : TNR 할 때만 쓰이는 포획틀은 2,30만 원이라 구입하기 부담되는 면이 있다. 시청에서 포획틀을 대여 하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시청의 중성화 사업도 몇 달을 대기해야 한다. TNR은 고양이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한 마리만 하면 다른 애들끼리 번식하기 때문에 한번 할 때 여러 마리 하는 게 좋다. 그런 게 더 원활화게 진행됐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충남대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 저희가 이번 축제 참여한 게 이,삼년 째다. 그런 저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지나가며 '작년에도 이거 샀어'라고 말해주시는 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
▲ 최 : 생각보다 학우 분들이 길고양이에 관심이 많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새삼 놀랍고 감사하단 말 드리고 싶다. 또 인간이나 길고양이, 다른 동물들도 생명이 있어 존엄하다 생각한다.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협해야 한다. 어떻게 원만하게 살아갈지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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