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줌인]칼을 들고 다니는 조선의 무관? 조선의 무관들은 칼을 차고 다녔다(영상)
2019-04-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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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전통 검 패검 칼집 위에 띠돈이 달려 있다 우리나라 전통 검 대부분에 나타나는 방식이다.(고려도검 제공) |
TV 사극이나 영화를 보면 역사적으로 고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품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칼은 고증 논란의 단골손님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칼을 손에 들고 다니는 패용 방식이다. 무관으로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은 칼을 칼집에 채운 상태로 손에 들고 다닌다. 갑옷을 입었거나 철릭(무관들이 입던 관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칼은 손에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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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호위무사들이 차고 다닌 별운검이다. 별운검에도 띠돈이 붙어있다. |
재미있는 것은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칼집은 땅에 버려지거나 어느 순간 사라진다. 싸움이 끝나면 칼집은 어디선가 다시 나타난다. 과연 수백 년 전에도 무관들이 칼을 손에 들고 다녔고 싸움이 나면 바닥에 내동댕이쳤을까?
대전에서 전통도검을 전수하고 있는 고려도검 문희완 사범은 "연출자들의 잘못된 고증에서 온 오류"라고 지적했다. 문 사범은 "조선 시대와 그 이전에도 무관들은 칼을 몸에 차고 다녔다"며 "조선의 무관들은 '띠돈'이라는 장치를 칼집에 붙여 허리나 등 뒤에 차고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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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인검(칠성검) 칼집 위에 띠돈의 모습이 선명하다(고려도검) |
고려도검이 복원하고 있는 조선의 전통 검에는 칼집에 쇠로 만든 장치가 달려있다. '띠돈'이라 불리는 작은 쇠붙이로 허리에 칼을 매달 때 사용하는 장치이다. 조선 시대 무관들은 대부분 띠돈을 활용해 칼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 띠돈은 360도 돌아가는 특성이 있어 칼을 등 뒤로도 보낼 수 있다.
띠돈 패용 방식은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 검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다. 중국의 전통 검에도 띠돈과 비슷한 장치가 있으나 모든 검에서 나타나는 방식은 아니다. 일본 사무라이들의 경우 칼을 허리에 차고 다니는 모습을 사극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미스터션사인'에서 일본 무사로 나오는 유연석(구동메)은 칼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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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무라이들은 허리에 맨 띠에 칼을 차고 다녔다(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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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기로고하 안릉신영도에 나타난 조선 군관들의 조선환도 패용방식(국립중앙박물관) |
그렇다면 띠돈이 조선의 전통 검에서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활 때문이다. 문 사범은 "조선 관군은 주력 무기가 '칼'이 아닌 '활'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이 나타났을 때 원거리에 활을 쏘고 근거리에서 창과 칼을 쓰는 것이 당시 조선 관군의 전투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활과 칼을 함께 착용한 상태에서 활을 쏘려면 칼을 뒤로 보내야 했고 이때 '띠돈'을 활용해 칼을 허리 뒤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문 사범의 설명이다. 이어 "말을 탈 때도 칼을 뒤로 보내면 이동이 편리하고 '기마 전투'시 창이나 활을 쏠 때도 '띠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용방식 외에도 조선의 무관들이 일본도를 들고 있거나. 일본의 칼이 백제, 신라의 칼이 고려시대에 타오는 경우가 있다. 문 사범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의 칼이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두 나라의 칼 문화가 융합된 면이 있다"며 "조선의 전통 검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드라마, 영화에서의 역사적 오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금상진 기자 jod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