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드라마속에 비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세상만사]드라마속에 비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2018-03-11 00:11

금상진 기자
금상진 기자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 시대를 대표하며 대중이 선호하는 직업을 가진다. 의사, 검사, 변호사, 재벌 등 소위 잘나가는 직업들이 그런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흑기사'라에선 조금은 특이한 직업이 등장한다. 주인공 문수호(김래원 분)의 직업은 '도시재생전문가'다.

'도시재생전문가'란 도시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보호하고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거주환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직업을 말한다.

주인공 문수호는 첫사랑 정해라(신세경 분)와의 옛 추억이 서린 한옥마을 금성동을 지키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에 뛰어든다. 비록 사랑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사업을 진행하며 금성동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보존가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이후 도시재생 방해 세력과의 험난한 싸움을 시작한다.

그는 금성동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전통가옥 보존을 명분으로 동네의 옛 지명을 딴 '감나무골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먼저 낡은 기와집과 상가를 매입해 정비하고 그곳에 청년 창업자와 지역의 예술가들을 입주시킨다. 이들에게는 수입 여부와 관계없이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도시재생 사업의 폐단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쇠퇴한 원도심이 개발로 인해 임대료가 오르면서 임차인 등 약자들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드라마가 아닌 도시재생 과정에서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방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도시개발 사업을 대폭 수정한 '도시재생뉴딜사업'을 발표했다. 이전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에서 드러났던 각종 문제점을 대폭 개선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일부 지자체에선 주민들을 사업의 주체로 끌어들여 수익창출을 유도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단계지만 도시재생 사업이 추구하는 상생의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드라마에서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뤘다는 점은 도지재생이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극중 문수호는 도시재생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남긴다. "? 똑같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가득한 그런 동네를 원하십니까? 서울 사대문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고풍스러운 이 동네가 보존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의 전통을 살리면서 주민들과 마을 공동체간 상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도시가 가진 특성과 전통을 살리고 사람이 잘 사는 도시를 만드는 한편 힘들게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꿈과 미래를 지켜주는 '흑기사'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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