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도심 속 소통의 공간, 지식이 오가는 문화 사랑방 ‘독립서점’
2018-02-19 08:51
저기는 책방이야 카페야? 대전의 구도심 골목을 지나가던 커플이 모퉁이에 위치한 가게를 보고 하는 말이다. 스무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선 수백 권의 책, 구수한 커피 향과 잉크냄새가 공존하는 곳, 사람들은 그 가게를 '독립서점'이라 부르고 있었다.
독립서점은 출판사의 도움 없이 개인이 책을 제작하고 편집, 출판하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2010년 무렵 서울의 구도심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독립서점은 20~30대 청년고객을 중심으로 고객층을 형성하면서 전국의 구도심으로 확대됐다. 동네서점지도 인덱스에 의하면 2017년 기준 국내 독립서점은 277개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전에는 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10만권 이상의 도서를 유통하는 대형서점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독립서점은 꾸준히 매장수를 늘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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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독립서점 도시여행자 |
기자가 찾은 대흥동 '도시여행자'는 라이프스타일과 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다. 3년 전 일반 카페에서 독립서점으로 변신한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을 벗어나 작가와의 만남, 구도심 재생사업, 청년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대전지역 청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제법 나있는 서점이다. 주인 김준태 사장은 "독립출판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다양성을 하나만을 보고 시작했다"며 "독립출판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지속가능성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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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독립서점 도시여행자 |
도시여행자의 사례에서 보듯 독립서점은 주인의 취향에 따라 진열되는 책의 종류가 달라진다. 같은 대흥동에 위치한 '도어북스'는 독립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이 출간한 시집, 엽서, 잡지 등 소소한 인쇄물을 만날 수 있다. 일러스트와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동 '구름책방'은 아이들을 동반한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갈마동에 위치한 '삼요소'는 책과 커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소모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추구하는 청년들이 주요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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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독립서점 도시여행자 |
이처럼 다양한 테마로 운영되는 독립서점은 독자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독서모임과 커뮤니티 활동 역시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다. 독립서점을 즐겨 찾는다는 한 독자는 "책을 매개체로 얻어지는 모임을 통해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독립서점이 딱 그런 곳"이라며 "번잡하고 요란한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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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독립서점 도시여행자 2층 |
성인 10명중 4명 1년간 책 한권도 안 읽는 요즘 독립서점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독립서점이 자리를 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대형서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유통량과 열악한 수익구조는 독립서점 주인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독립서점 주인은 이런 말을 했다. "책이 좋아 서점을 열었지만 손해를 감수하며 책을 팔수는 없습니다. 독립서점이 출판업계도 살리고 도심 속에 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이제는 국가 차원의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금상진 기자 jod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