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재즈가 있다‘분위기 깡패’클럽 “옐로우 택시”

그곳에 가면 재즈가 있다‘분위기 깡패’클럽 “옐로우 택시”

2017-08-09 13:27

테이블 위엔 보석색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마왕 신해철의 노래 중 한 대목이다. 대전 둔산동에 위친한 클럽 옐로우 택시는 신해철의 재즈카페와 잘 어울리는 곳이다. 평일 밤에는 잔잔한 재즈풍의 음악과 은은한 조명이 분위기를 돋우고 공연이 있는 특별한 날에는 뮤지션들이 무대에서 흥을 돋운다.

과거 서울 홍대나 대학로에 이런 형태의 클럽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경제가 어려워진 요즘은 극히 일부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이 아닌 지방은 사정이 더욱 어렵다. 옐로우 택시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공간이다.
▲ 옐로우택시
▲ 옐로우택시

박종화 사장은 8년 전 둔산동 타임월드 골목에 옐로우 택시를 정차했다. 주변에 시끌벅적한 유흥주점들이 넘쳐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박 사장에게 옐로우택시는 주점 이상의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술을 마시러 오기 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러 온 손님들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단골들 사이에서 ‘분위기 깡패’로 불린다. 인테리어가 남다른 것도 아님에도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주인이 아닌 손님들 스스로 만들어낸 잔잔한 분위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종종 이 곳을 찾는 다는 한 손님은 “남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점이 이 집의 매력”이라며 “보이지 않는 룰 같은 것이 손님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옐로우택시
▲ 옐로우택시

옐로우 시티가 분위기 깡패로 불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바로 수준급 뮤지션들의 공연이다. 이 곳의 공연프로그램은 예술의 전당의 그것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공중파 교양프로나 전문 음악방송에 나오는 국내외 뮤지션들의 공연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섭외는 박 사장이 수년간 다져놓은 뮤지션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하드 탱고 챔버 밴드 JP Jofre , 정통 재즈의 진수 Resonance Trio, 프랑스의 띠에리 마이야르, 블루스 밴드 찰리정 등 유명 뮤지션들이 옐로우 택시 무대에 올랐다.
▲ 옐로우택시
▲ 옐로우택시

공연 프로그램을 보고 찾는다는 한 손님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 장르를 복잡한 공연장을 찾거나 티켓전쟁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집을 찾는 이유”라며 “격식을 갖추지 않고 편한 자세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제법 볼 수 있다. 주로 대덕테크노벨리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이나 어학원 강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어민 강사라고 밝힌 외국인 손님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감미로운 음악이 있어 마음이 편안함을 느낀다”며 “고향에 온 기분이 든다”고 칭찬했다.

수준급의 공연 프로그램과 기획 능력을 갖춘 주인 박 사장은 음악과는 관련 없는 행정학도 출신이다. 80~90년대 기타를 들고 은행동 일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신승훈, 김지연, 신인수, 민들레 등 90년대 가요계를 호령했던 가수들이 박 사장과 함께 활동했다. 현재도 이들과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뮤지션은 배고픈 직업이다. 재능 있는 밴드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겸직을 하거나 이것도 어려워 악기를 내려놓고 있다. 작은 무대라도 오르고 싶지만 그런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박 사장은 “문화 정책을 주관하는 행정가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발로 뛴다면 뮤지션과 관객들이 만족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문화 예술을 통해 정신적인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 곧 ‘문화복지’라고 전했다.

편집2국 뉴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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