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자 매장지?
2014-04-24 09:31
'금산 출신으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의 무덤을 찾을 수는 없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을 앞두고 지난 2월 '복자'로 결정된 윤지충, 권상연의 무덤 행방에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천주교 대전교구의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윤지충과 권상연은 전라도 진산(현 금산군 진산면) 출신이다. 정조 15년(1791년) 신해박해의 원인이 된 '진산사건'으로 순교했고, 유해는 고향인 금산군 진산면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덤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집안 후손들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다. 천주교 기록에 '두 순교자의 무덤 옆을 지나갔다'는 내용이 있으나 위치를 적어 놓지 않았다. 천주교 호남교회사연구소를 설립한 김진소 신부가 1980년대 두 순교자의 무덤을 찾으려 애썼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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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금산군 막현리 윤지충 권상연 순교자 매장 추정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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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신부는 “당시 정황상 순교자들의 묘소에는 비문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후손들에게 묘소의 위치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 집안의 선산이 있었던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를 유력한 장소로 보고 오래전부터 조사를 많이 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막현리 이장 김순한씨는 “수십년 전부터 천주교회에서 순교자 두 분의 무덤을 찾기 위해 신부님들이 수차례 방문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며 “200여년 전의 일인데다 후손들도 고향에 남아있지 않아서 가까운 집안 친척이 없다 보니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고향 주민들은 문화재 발굴 같은 전문적인 방식으로라도 무덤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지만 예산문제 등이 있다 보니 그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산군 문화공보관광과 문화예술담당자는 “순교자 두 분과 관련해서 성역화를 위한 용역 관련 예산 수립을 추진 중이지만 무덤 발굴 등과 관련해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윤지충, 권상연을 포함한 천주교 전래 초기 순교자 124명은 지난 2월 '복자'로 결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 방한 때 이들에 대한 시복식을 집전할 예정이다. 복자는 성인의 이전단계이다. 시복(諡福)은 가톨릭 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하는 것을 말한다.
천주교 자료에 따르면 윤지충과 정약용은 고종사촌 간이며 정약용을 통해 천주교 신앙을 알게 됐다. 윤지충은 1791년 5월 모친상을 당하자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일을 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외종 사촌형인 권상연과 함께 집안의 신주를 불사르고 유교식 제사를 거행하지 않았다. 이는 당대 사회에 패륜으로 받아들여졌고 같은 해 12월 8일 윤지충과 권상연은 전주의 남문 밖(현재의 전동성당 부근)에서 '예수 마리아'를 부르며 순교의 칼날을 받았다.
김의화 기자 joongdonews1951@ 영상 금상진 뉴미디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