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억의 하늘 아래, 우리가 서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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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억의 하늘 아래, 우리가 서 있는 이유

  • 승인 2025-11-13 13:04
  • 이영진 기자이영진 기자
이미숙 주무관 사진
경기북부보훈지청 보훈과 이미숙 주무관
아침 출근길, 반듯한 보도블록과 매끈히 닦인 도로 위로 수많은 차가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의 희생이 스며든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무심히 하루를 시작한다. 때로는 바람 한 줄기, 낙엽이 스치는 소리에도 문득 생각한다. 이 땅의 흙 한 줌, 돌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스며 있었을까.

매년 11월 17일, 우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순국선열들의 뜻을 되새긴다. 이날은 일제의 국권 침탈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은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 순국선열의 날이다.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치욕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결의 속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이날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정하였다. 광복 이후에도 정부와 민간은 그 뜻을 이어왔고, 1997년 「순국선열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순국선열이라 함은 일제의 침략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순국하신 분들을 말한다. 그분들의 이름은 다 기록되지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삶은 이 나라의 뿌리가 되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지만 거대한 우주였고, 그 우주가 사라질 때마다, 한 생의 희생이 이 땅의 내일이 되었다. 우리는 그 무수한 우주 위에 서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경제적 번영뿐 아니라 문화와 기술에서도 찬란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발전의 바탕에는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그 희생은 종종 '역사의 한 장면'으로 희미해지거나,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만 단순화되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전부였고, 한 생의 끝이었다.

올해 국가보훈부 주관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의 주제는 『대한민국 빛낼 이 너와 나로다』이다. 광복군의 군가 '독립군가' 속 한 구절처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오늘의 우리가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이날의 행사는 단지 과거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뜻을 새기고 내일로 잇는 약속의 자리이기도 하다.

11월의 하늘 아래,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이렇게 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대답은 기억과 감사에 있다. 학생은 책 속에서, 시민은 일상 속에서, 공직자는 봉사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사랑의 마음을 새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를 세상과 나눌 때, 순국선열들의 희생은 오늘도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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