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문화유산 회복 운동에 있어 재외동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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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문화유산 회복 운동에 있어 재외동포의 역할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5-10-14 17:39
  • 신문게재 2025-10-1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최근 유네스코는 도난 등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반출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가상 현실 공간을 만들고 이들 문화제를 추적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화유산의 원상회복 흐름이 갈수록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1998년 나치 약탈미술품 반환을 위한 워싱턴회의에서 출처 공표 의무를 현재의 소장기관에 있다고 발표하고 이를 국제박물관협의회가 추인하고 박물관 윤리강령에 합법적 소유권 입증 책임을 부여함으로 '불법'은 더 이상 용인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취득의 시효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는 서산 부석사 불상 사례와 같이 사적 영역에서는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현재 진행형의 사안이다. 나치에 의해 강탈당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되찾고자 상속인은 일본의 솜포 미술관을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수천억에 달하는 피해금도 청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피해 국가가 입은 피해에 대한 반환 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벨기에는 '약탈유물 반환법'을 2023년 제정하여 아프리카 식민국가의 유산 8만 4000여 점을 반환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유물 1500여 점을 반환했다. 프랑스도 1851년부터 1972년 사이에 벌어진 불법적 취득에 대해 원상회복을 촉진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 1866년 발생한 병인양요가 사건으로 이때 외규장각 의궤 등이 약탈당했으니 프랑스에서 입법이 이뤄지면, 지금은 임대의 방식으로 국내에 돌아온 의궤를 영구 반환받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같이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재외동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국보 상지은니묘법연화경'을 찾아 고국에 기증한 재일동포 김대현 선생, '외규장각의궤'를 중국책 창고에서 발견하여 소개한 박병선 선생, '고종 국새' 등을 되찾아 고국으로 돌려준 조창수 선생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0년 재미동포 이대수 선생은 조선시대 국새 '대군주보'와 '효종어보'를 고국에 기증했고, 미국에 사는 운여 김광업 선생의 유족은 고려 문신 경휘의 묘지, 고구려 수막새 등을 문화유산회복재단에 기증했다.

2023년 기준 재외동포의 거주 국가는 193개국으로 700만 명 이상이다. 2025년 현재 국외에 있는 문화유산이 29개국 800여 곳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포사회의 참여는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을 촉진하고 확산할 것이다. 동포의 현지 인적 네트워크는 은닉되거나 사장된 유물을 찾고 환수하는데 긴요하다. 2023년 프랑스인이 소장한 조선시대 문수보살도를 환수하는데 프랑스인과 자주 교류하던 동포의 역할이 컸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2012년부터 국외에 있는 문화유산의 실태조사를 한 결과가 20%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 국내 환수는 2023년까지 1%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재외동포 사회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유산이 국내에 반환되는 게 지금 같은 속도로 진행하면 하세월이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도쿄국립박물관이나 일본 왕실 도서관인 궁내청 서릉부 등의 우리 문화유산이 얼마나 있는지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쿄국립박물관의 누리집에 소개된 고려시대 청동거울만 200여 점에 달한다. 한 금속유산 전문가는 도교국립박물관에 있는 우리의 청동 유물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이 일생의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는 입법 계류 중인 '국외문화유산의 보존·활용 및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재외동포의 활동을 지원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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