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유튜버의 허위 조작 정보와 징벌적 손해배상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유튜버의 허위 조작 정보와 징벌적 손해배상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5-08-11 16:26
  • 신문게재 2025-08-12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가짜뉴스'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용어에 대해, 독자들 나름의 정의가 필요하다. 두 용어가 우리 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페이크 뉴스(fake news)를 번역한 '가짜뉴스'라는 말은 처음부터 쓰임새가 잘못됐다. 언론사의 언론인들이 생산한 뉴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정보를 가짜뉴스라고 공격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선거로 당선된 사람들이 그러한 공격에 능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경쟁자를 공격할 때 그들의 진실한 발언조차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인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른 언론을 공격하거나 정치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 가짜뉴스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가짜뉴스라는 용어 대신,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가 잘못되었다면 '오보'라고 부르면 좋겠다. 언론이 아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하는 잘못된 발언을 가리킬 때는 가짜뉴스 대신 '허위로 조작한 정보'라고 부르면 큰 무리가 없겠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말이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일선의 현장 기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일반 시민들도 이 제도의 도입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다만 언론사나 언론기관, 언론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용어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반대한다.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한국적 현실을 들여다볼 때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가하는 형사처벌이 아니다. 민사소송을 통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리되, 징벌이라고 인식될 정도의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가해자에게 지우는 방식이다.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다. 배액 배상제라고도 불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3배 이내, 많게는 5배 이내에서 법원이 그 배상액을 정한다. 우리나라에도 특허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 여러 법률에 이러한 배액 배상제도가 도입돼 있다. 5년 전쯤 언론의 잘못된 보도, 즉 언론 오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려는 몇 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언론계가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당시 언론계는 자율규제를 통해 언론의 오보 문제를 다루겠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반대했으나, 이와 관련한 자율적 규제는 가시적 성과 없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올해 6월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은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버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법무부 차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회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언론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영리를 위해 고의로 허위 정보를 조작, 방송하는 유튜브 채널이라도 법에 따라 '언론'으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 언론중재법에 따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형사처벌을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해야 하는 데, 피해자로서 대응하기에 현실적으로 쉬운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영리를 위해 고의적으로 허위 조작한 정보를 양산하는 가해자들의 그릇된 행위에 대해 국가가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언론보도나 유튜버의 허위 발언과 관련한 배액 배상제도가 과연 '징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동안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률안들은 통상 손해의 3배 이내로 배상할 것을 규정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법원이 판결한 손해배상 평균액은 897만 원이었다. 2022년 인용 액수는 평균 570만 원이었다. 2023년에 평균 배상액이 900여만 원 가깝게 처리된 것은 1억 원이 넘는 판결이 1건 있어 그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법원이 3배 이내의 배액 배상을 판결하더라도 2000만 원 내외가 될 터인데, 그것이 과연 '징벌'이라고 여겨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독자들 판단에 맡긴다. 독자를 호도하지 않아야 좋은 언론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