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선생님과 함께하는 배구 경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선생님과 함께하는 배구 경기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 승인 2025-08-07 17:14
  • 신문게재 2025-08-08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807101043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대전서중학교는 7월 18일 금요일 5, 6교시에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바로 사제 친선 배구 경기다. 여름방학을 3일 앞둔 학생들의 열기를 내뿜게 해주면서 동시에 교사와 학생 간의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대전서중은 교내 스포츠클럽대회가 활성화된 학교다. 축구, 배드민턴, 줄다리기, 농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무학년제로 경기를 진행해왔고 7월의 종목은 배구였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 외에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심지어 방과후까지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상당히 올라왔고 올해는 2학년이 3학년을 꺾고 우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땀을 흘리며 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지 않을까?



사제 친선 배구 경기는 우승한 학급과 교직원 팀이 경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올해로 3번째다. 사실 작년과 재작년에는 교사들이 패배했다. 교직원 팀을 이끄시는 우리 학교의 최고 어른 부장님께서 올해는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셨다. 방학을 맞이하기 위한 업무로 너무도 분주했지만, 교직원 팀은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연습했다.

드디어 5교시! 어느덧 교사와 학생 모두의 관심사가 돼버린 사제 친선 배구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교생이 강당으로 집결했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님, 학생회장의 시타(試打)가 있었다. 학생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우리 학교 이영숙 교장선생님을 필두로 서브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서 학생들의 열띤 환호와 함께 경기는 시작됐다.



학생들이 우리를 봐줘서 그런가? 9인 21점 제로 진행하는 경기로, 1세트는 너무도 순조로웠다. 점점 점수 차가 점점 벌어지더니 어느덧 교직원 팀이 21점을 모두 채워버렸다. 손발도 척척 잘 맞고 리시브도 안정적이었다. 2세트 시작 전, 어느 부장님께서 "이번 판은 져줍시다. 학생들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겠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순간 긴장이 풀린 건지 아니면 학생들이 의기투합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순식간에 학생들이 10점 이상으로 차이를 벌려 나갔다. 뒤늦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쫓아가려고 했으나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그만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왼쪽 엄지손가락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2세트는 반대로 학생들이 손쉽게 이기고 말았다. 우리의 주장 박 부장님께서 교직원 팀에 다시금 화이팅을 넣어주셨다. 내 위치는 맨 앞줄에서 가운데였는데 3세트 때는 아픈 손가락을 꼭 누르고 진지하게 임해보았다. 누군가는 중학생을 상대로 진지하게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중학생의 넘치는 에너지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3세트에는 뛰고, 몸을 던지고, 심지어 뒤로 넘어지면서 발로도 공을 받으며 최선을 다했다. 소위 오버헤드킥을 하며 몸을 던졌을 때 경기장의 모든 학생이 "김득범! 김득범!"하며 내 이름을 외쳐주었는데 솔직히 어깨가 으쓱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경기는 막바지, 접전 끝에 결국 교직원 팀이 이겼다. 우선 우리 박 부장님은 지난 2년간의 바램을 이루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학생과 교직원이 한 시간 동안 웃고 땀을 흘리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나름의 명승부를 펼친 학생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6교시는 배구대회 시상식을 진행하고 교내 밴드 동아리 뮤직데이의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뮤직데이는 대전서중 교육활동에서 큰 역할을 하는 예술동아리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추모하며 '봄소리 연주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앞둔 이 날, 뮤직데이는 1달간의 맹연습 끝에 배구대회에 참여한 모든 친구와 격려해주신 선생님들을 위한 축하 무대에 올랐다. 강당에 모인 여러 선생님과 학생들은 모두 박수하며 여름 분위기 물씬 나는 공연을 즐겼다.

사제 친선 배구대회를 끝으로 1학기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이벤트가 마무리됐다. 이제는 여름방학이다. 정말 다사다난했고 웃고 떠들며 바쁘게 지나간 한 학기였다. 이번 배구대회처럼 학생들과 함께 땀방울을 흘리는 2학기 때도 이어가 볼까 한다. 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