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고교학점제 폐지 목소리…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 누구도 원하지 않아"

  • 사회/교육

커지는 고교학점제 폐지 목소리…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 누구도 원하지 않아"

전교조·교사연맹 등 4개 단체 학부모·학생 대상 설문 실시
학부모 10명 중 9명 '제도 불만족', '사교육 필요성 느낀다'
학생 '적성과 진로 맞는 과목 고를 수 있다' 응답 28% 불과

  • 승인 2025-07-01 18:08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701174451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일부. 전교조 등 4개 단체 제공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시행된 가운데 제도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로를 빨리 정하지 못한 학생에겐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자퇴를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행복한교육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교사노동조합연맹이 1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학부모·학생 인식조사 결과, 제도 전면시행 한 학기가 채 끝나지 않은 현재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이다.



전국 학부모와 성인 2483명을 대상으로 5월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고 응답한 741명 중 90%인 667명이 제도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4%인 550명은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해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응답자들은 고교학점제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진로나 적성보다 내신에 유리한 선택을 하게끔 부추긴다고 인식하고 있다.



학부모 응답자 41%(304명)는 자녀의 과목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등급받기 쉬운 과목'을 꼽았다. 이어 36%(269명)가 '진학 희망 대학 및 학과의 필수이수 과목'이라고 답했다.

학부모와 성인 전체 응답자 중 96%는 '현재 고교학점제가 경쟁과 입시경쟁 완화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80%·1974명)고 답했다.

응답자의 90%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과목 선택이나 진로설계를 위한 사교육 필요성을 느끼며 97%는 고교학점제와 현행 입시제도가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킨다고 인식했다.

고등학교는 진로 중심 과목 선택을 중시하는 반면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98%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답했다.

제도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서 과목 선택의 어려움'(19%·중복 응답), '진로나 적성보다 성적 및 입시를 고려해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16%), '각종 사교육, 컨설팅 의존도 심화 및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중'(15%) 등을 주로 꼽았다.

clip20250701174619
한 학부모는 주관식 응답을 통해 "학교도 학부모도 학생도 준비가 안 된 고교학점제 시행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대상인 학생들도 제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5월 20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565명이 응답한 설문 결과 '고교학점제를 통해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고를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8%(235명)에 불과했다. 과반이 넘는 51%는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30%)고 응답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을 대상으로 별도 지도를 한다면 보충수업을 안 듣거나 학교를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응답자의 65%를 차지했다.

clip20250701174724
학생 설문조사 결과
주관식 응답에서도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은 유급 상황이 생길까봐 자퇴를 택하게 된다. 학교생활에 뒤처지고 즐거운 학창시절이 될 수 없다", "공부 잘하거나 미래가 확정된 학생은 오히려 검정고시로 대학 간다며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빨리 진로를 정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과 제도의 비현실성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학생들은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과목을 선택하라니 막막하다. 정작 진로 탐색 프로그램도 형식적", "원하는 과목이 수강 인원 부족으로 폐강되면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들을 수 없다. 이건 기회의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을 실시한 전교조 등 4개 단체는 "고교학점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 구상에 머물러 있고 입시 부담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교육 주체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다시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6월 28일 전국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폐지를 촉구하며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3.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